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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미친 단 하나의 문제, 골드바흐의 추측 (양장) - 최고의 수학 난제가 남긴 최고의 수학소설
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 지음, 정회성 옮김 / 풀빛 / 2017년 1월
평점 :
미친다는 건 어떤 걸까? 현재까지 살아온 날들을 돌이켜보면 무언가에 제대로 미쳤다고 말할 정도의 경험이 그렇게 많지 않다. 처음에는 의욕에 넘쳐 덤벼들었다가 생각처럼 쉽게 풀리지 않으면 곧바로 포기해버리던 모습만이 떠오른다. 나만 의지박약이라 그런 걸까, 아니면 대부분의 사람들도 나처럼 그런 걸까?
‘골드바흐의 추측’이라는 난제는 수학을 전공한 동생에게서 처음 들었다. 처음 들었을 때 대수롭지 않은 문제라는 생각했지만 막상 그 문제를 증명한 사람이 아직 없다는 말에 상당히 놀라면서 그렇게 어려운 문제인지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도 ‘골드바흐의 추측’이라는 문제를 나처럼 생각할지 모르겠다. 수학이라고 하면 여러 공식을 응용해 정답을 찾아내는 문제만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학의 개념은 결코 그런 것이 아니다. 작가는 이 책에서 수학의 본질을 분명하게 알려준다. 수학은 단순한 문제풀이가 아니 저 너머의 새로운 세계에서 벌어지는 놀라운 사고의 영역이라고.
수학을 전공한 작가가 쓴 이야기라 우리가 알고 있던 통상적인 수학이 아니라 껍질 속에 싸인 본질적인 면모를 분명하게 알려준다. 처음에는 작가의 낯선 주장에 어리둥절하지만 조금씩 드러나는 수학이라는 학문의 모습에 신선한 충격을 받는다.
소설은 ‘골드바흐의 추측’이라는 수학적 난제에 온 생을 바친 삼촌의 지나온 나날들을 주인공의 시선으로 쫓아가면서 진행된다. 어린 주인공에게는 다른 사람들의 눈에 패배자로 비쳐지는 삼촌이 마치 영화 속 영웅처럼 느껴지면서 삼촌과 같은 수학자의 길을 걷고자 한다. 하지만 어린 조카의 꿈을 알게 된 삼촌은 자신이 풀지 못한 ‘골드바흐의 추측’을 조카에게 풀어보라고 한 후 이를 풀지 못하면 수학자의 꿈을 접으라고 말한다. 문제를 풀지 못한 주인공은 수학과는 관계없는 분야로 나아가지만 삼촌이 낸 문제가 그 어느 누구도 풀지 못한 문제임을 알고 삼촌이 자신에게 그런 문제를 낸 이유를 따져 묻는 도중 삼촌의 지나온 삶에 대해 듣게 된다.
작가는 ‘골드바흐의 추측’에 온 생을 바쳤지만 결국 실패하고만 페트로스 파파크리스토스의 삶을 추적하면서 앞서 말한 수학의 본질 뿐 아니라 독자로 하여금 한 분야에 미친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한다.
미친다는 건 도달할 수 있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일까, 도달할 수 없지만 스스로 정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일까? 저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미친다는 건 결과를 보고 시작되는 게 아니라 자신이 빠져든 그 자체를 보고 시작한다는 점에서 후자가 아닐까 싶다. 한 때 무언가에 미쳤던 내 경험에 비추어 본다면.
그렇게 무언가에 미친 삶은 결과에 관계없이 존중받아야 한다. 그 속에 담긴 열정과 땀과 시간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