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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규의 혁명 - 역사가 감추려 한 진실을 쫓다
김대곤 지음 / 필요한책 / 2016년 12월
평점 :
품절
역사적 진실을 안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서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기도 하고 눈에 드러난 사실이 온전하게 진실을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진실을 찾는 이들이 있기에 왜곡된 역사가 바로잡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책 역시 그런 노력의 일환이 아닌가 싶다. ‘역사가 감추려 한 진실을 쫓다’라는 부제가 저자의 그런 마음을 잘 대변하고 있다. 저자는 부제에서 풍기는 뉘앙스에서 알 수 있듯이 김재규라는 인물에 대한 시각을 다른 입장에서도 살펴보고자 한다.
10.26사건 당시 언론사들은 중앙정보부장이었던 주범 김재규가 경호실장 차지철에 대한 시기심 때문에 우발적으로 저지른 일이라고 보도하였다. 하지만 저자는 김재규의 집에서 나온 ‘자유민주주의’ ‘비리법권천’ 등의 붓글씨를 통해 이 사건이 순간적이 판단 착오로 일어난 일이 아니라 김재규의 주장처럼 유신체제를 반대한 혁명이 아닐까 추측하면서 그 과정을 쫓아간다.
김재규에 대한 상반된 평가가 있다는 것은 이 책을 읽기 전에도 알고 있었다. 다만 각 주장을 입증할만한 자료가 부족해 어떤 평가가 맞는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 책에서 그런 고민이 해결되기를 기대했지만 바라던 만큼의 정보를 찾을 수는 없었다.
독자가 객관적 사실을 토대로 판단할 수 있도록 저자 나름대로 10.26사건이 벌어진 시점부터 김재규가 거사를 사전에 준비했음을 암시적으로 보여주는 일련의 사건들, 또한 재판정에서 이루어진 김재규 본인의 변론 등에 관한 자료를 제시한다.
문제는 김재규 본인을 제외한 그 어떤 이도 거사나 혹은 그의 생각에 대해 알지 못했다는 점이다. 모든 것이 정황일 뿐이고 그의 주장일 뿐이라고 해도 이를 반박할 자료가 부족하다. 그렇기에 김재규의 말처럼 역사가 판단하는 제4심이 제대로 이루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분명한 사실 한 가지는 김재규의 인간적인 측면이다. 죽음을 눈앞에 둔 그의 부하들 모두가 그를 걱정하고 다시 한 번 그런 명령을 하더라도 똑같이 행동할 것이라고 말하는 모습에서 그가 평상시 부하들 어떻게 대했는지를 엿볼 수 있다.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 그가 대역원흉인지 혁명가인지. 그 과정이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그렇게 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들의 의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