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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와 수잔 ㅣ 버티고 시리즈
오스틴 라이트 지음, 박산호 옮김 / 오픈하우스 / 2016년 12월
평점 :
뭐라고 말해야할지 모르겠다. 소설에 빠져, 다시 소설 속 소설에 빠져들어 빠져나오지 못할 정도였으니 이를 말로 표현하는 게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도대체 이런 소설은 어떻게 쓸 수 있는 걸까? 문학 평론가로, 영문학과 교수로, 작가로 활동했던 저자의 다양한 이력이 녹아든 책이기에 이렇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걸까?
액자식 구성은 특이하다고 말할 정도의 형식은 아니다. 다양한 작가들이 액자식 구성으로 소설을 끌고 나간다. 하지만 이 소설처럼 액자식 구성이 가진 매력을 강하게 느낀 소설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두 편의 소설이 따로 또한 같이 얽히고설키면서 다가오는데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다.
무엇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든 걸까? 먼저는 소설 소설인 녹터널 애니멀스의 주인공 토니의 모습에 분개하면서 점차 소설 속 이야기에 빠져든다(녹터널 애니멀스는 이 소설의 또 다른 주이공인 수잔의 전 남편 에드워드가 그녀에게 읽고 빠진 부분이 무엇인지 알려달라고 보낸 소설이다).
토니에게 빠져든 이유는 그와 똑같이 나도 한 여자의 남편이자 한 아이(딸이다)의 아빠이기 때문이다. 나라면 토니가 처한 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으니까.
토니의 이야기에 빠져들면서 수잔의 책읽기에도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소설을 읽으면서 느끼는 불안감이 내게도 그대로 전달되었으니까. 물론 전지전능한 작가로서 소설 속 주인공을 자기 마음대로 뒤흔든 에드워드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소설을 읽는 그녀의 감정과 느낌, 생각은 고스란히 내 안에서도 일어났다.
두 개의 소설이 주는 이런 느낌이 어우러져 소설의 이야기가 더욱 깊이 내 속으로 들어왔다. 스릴러 소설이 가진 매력과 소설을 읽을 때 느끼는 감정이입의 과정과 각각의 소설에서 전하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현실적 모습들이 무서울 정도로 나를 뒤흔들었다.
소설을 읽는 재미가 무엇인지 제대로 느낀 책이다. 영화로 만들어져 2016 제73회 베니스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였다는데 소설 속 주인공들의 심리 묘사를 영화에서는 어떻게 그려냈을지 무척 궁금하다. 영화와 소설의 차이를 한 번 느껴보고 싶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