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지도자들
한시준 지음 / 역사공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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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관심을 가지면서 알게 된 식민사관의 폐단은 생각보다 컸다. 고대 역사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일제가 우리의 역사를 왜곡해 민족적 자긍심을 헤치려고 한 것도 분노를 금치 못할 일이지만 이보다 더 크게 다가온 것은 그런 역사를 마치 우리의 실제 역사인 것처럼 받아들이고 가르치는 우리나라 역사학자들의 행태에는 너무나 어이가 없어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식민사관의 폐해가 더욱 두드러진 시기는 건국절 논쟁을 거치면서였다. 광복절을 건국절로 보아야한다는 주장이 대두되면서 마치 대한민국 정부의 시작이 광복 이후인 것처럼 왜곡해 친일주의자들을 이 땅의 영웅으로 부각시키고 그 전에 있었던 임시정부의 의미를 축소시키려는 시도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다 역사의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사명의식에 이 책의 저자 한시준 교수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지도자들> 펴내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가 말하는 정의는 간단하다. 돌아갈 몫이 마땅히 받아야 할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정의이다.

 

이 말을 다시 돌려보면 결국 마땅히 받아야 할 사람들에게 돌아가야 할 몫이 돌아가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목숨을 바쳐 조국의 독립을 원했던 이들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어느덧 사라지고 그 자리에 자신의 영화를 위해 조국을 배신했던 이들이 마치 이 땅의 구세주인양 인식되고 있는 현실 앞에서 저자는 역사적 사료들을 토대로 임정의 의미가 무엇인지, 대한민국의 시초가 누구인지를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저자는 1부 임시정부 기반을 마련한 지도자 편에서는 홍진과 안창호 선생을, 2부 임시정부의 행정수반을 지낸 지도자 편에서는 이승만, 박은식, 홍진, 김구 선생을, 3부 임시정부의 이론가 편에서는 조소앙, 신익희 선생을, 4부 한국광복군의 지휘관 편에서는 이청천, 황학수 총사령을 소개한다.

 

대부분의 지도자들은 한 번쯤 이름이라도 들어보았지만 임시정부의 기초를 마련하고 국무령을 지낸 홍진이라는 분은 이번에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이처럼 무지한 후손들이 있음에 어찌나 부끄러웠는지. 그분이 제4대 국무령으로 되어 발표한 비타협적 자주 독립운동의 기치는 지금도 우리가 지켜야 할 큰 뜻은 아닐지.

 

임시정부가 완벽한 체계를 갖춘 이상적인 정부 형태는 아니었다.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극단적인 분열의 모습을 보이며 허술한 체제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 땅의 역사는 바로 그분들의 피와 땀과 눈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분들이 없었다면 과연 우리에게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었을까?

 

대한민국 정부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시작되었다.

 

이런 역사적 정의가 올바르게 평가되는 그 날, 그 날이 우리의 미래가 다시 힘차게 떠오르는 날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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