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제16회 노작문학상 수상작품집
신동옥 외 지음 / 새봄출판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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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회 수상작이라면 상당히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온 문학상이라고 할 만한데 왜 나는 여태 노작 문학상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했을까? 변명 아닌 변명을 하자면 노작 문학상은 일제강점기에 나는 왕이로소이다등 민족적 작품을 남긴 노작(露雀) 홍사용 시인을 기리기 위하여 제정된 것으로 그 대상이 시인들의 작품들이다. 그렇기에 평소 시를 그렇게 즐겨 읽기 않는 나로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문학상이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이 책이 읽고 싶어졌을까? 나이가 들어가면서 시가 주는 매력이 상당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짧은 문구에 담긴 세상살이의 모습이나 사람들의 생각이 주는 깊이가 그 속에 끝 간 데 없이 빠져들게 하기 때문이다.

 

2016년 수상자는 신동욱 시인이었다. 문학상도 낯선 데 하물며 신동욱이라는 시인의 이름이야. 더 낯설었던 건 신동욱 시인의 작품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시의 형태를 벗어난 어떻게 보면 시라기보다는 에세이 같기도 한 낯선 작품들.

 

저수지라는 작품은 분명 시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그 내용의 깊이가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수상작 해설에서도 언급하듯이 신동욱 시인의 작품들은 낯설다. 나에게만이 아니라 작품을 평가한 선정 위원들에게도 말이다. 그 낯섦을 해설가는 이렇게 말한다. 선이해/선입견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선이해와 선입견을 버리면 그가 쓴 시의 세계가 눈에 들어올까? 쉽지 않다. 지나친 산문화를 경계하고, 낯선 문어를 쓰지 말라는 기존의 관습을 벗어던진 그의 시는 여전히 어렵다. 어렵기에 그냥 집어던지고 다른 책을 읽고 싶어진다.

 

그래도 끝까지 읽었다. 그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그저 그렇게 되었을 뿐. 무언가 어렵고 이해도 안 되는 데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가슴 한 구석을 후벼 파는 듯한 그의 언어들이 내 안에서 살아 꿈틀거리는 느낌 때문이었을까?

 

김근, 김성규 등 추천우수작들은 신동욱 작가의 작품들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있는 그대로의 느낌이 조금 더 강했다고 해야 할까? 특히 김성규 시인의 환희나 오은의 ‘58년 개띠는 내게 속삭이는 듯한 시어에 더 강하게 끌려 들어갔다(그렇다고 내가 58년 개띠라는 말은 아니다).

 

확실히 시는 다른 장르의 작품들보다 어렵다. 그래도 그 속에 담긴 의미를 곱씹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해한다기보다는 그냥 가슴에서 직접 느끼는 그런 재미. 새로운 재미를 알게 된 기분 좋은 시들과의 만남, 다음 만남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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