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 열차
크리스티나 베이커 클라인 지음, 이은선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예전에 어느 책을 읽다가 고아열차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 책도 소설이라 내 마음대로 고아열차가 사실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저 작가의 상상력에 의한 거라고. 그렇지 않으면 너무나 슬픈 역사라고.

 

크리스티나 베이커 클라인의 <고아열차>는 이런 내 생각을 온통 깨버린다. 이 책도 소설이지만 ‘실제 고아열차의 간추린 역사’라는 책 마지막 몇 페이지에서 이 소설에 실린 이야기가 그저 작가의 상상이 아님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역사 속 실제 이야기라고.

 

이 책은 2011년, 메인 주 스프루스하버와 1929년 뉴욕, 뉴욕 센트럴 열차, 밀워키 열차, 미네소타 주 등을 오가며 고아열차의 진실을 밝히고 있다. 소설은 91세 비비안 할머니의 집으로 사회봉사활동을 나온 17세 소녀 몰리의 만남을 통해 이어나간다.

 

2011년을 살아가는 몰리도 1929년 고아열차에 타야만 했던 비비안, 아니 니브도 다른 듯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간다. 고아열차를 1929년대의 이야기로만 치부하고 넘어가기에는 오늘날의 사회에서 여전히 그와 같이 일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예전처럼 노동을 위해 고아를 입양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위탁 가정을 옮겨 다니다 삶의 한 축으로 몰린 몰리의 모습은 행복을 삶에 대한 희망을 품은 채 고아열차를 타지만 세상에서 가장 슬프디 슬픈 인생을 살아야 하는 아이들의 모습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세상은 무섭고 슬프기만 한 곳은 아니다. 누군가의 선한 마음과 행동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로 이어지면서 세상은 여전히 우리가 서로에게 기대며 살아갈만한 그런 곳이다. 수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았던 니브가 2011년에 만난 몰리에게 그 사랑을 전해주는 것처럼 말이다.

 

이 소설에서 보여준 고아열차의 역사가 분명 참담하고 안타까운 이야기이지만 그 속에는 또 다른 행복과 희망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몰리와 비비안의 만남으로 과거를 잇고, 잊혔던 이들을 찾아 나서고, 누군가와 친구가 되어가는 이야기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2016년 12월.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로 모두가 아파하는 이 때. 가족의 해체가 더욱 커져가는 이 시기에 이 책은 이런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세상에는 아픔과 슬픔을 넘어서는 또 다른 행복과 희망이 있다고. 고아열차의 또 다른 이름은 희망을 찾아나서는 행복 열차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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