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로 읽는 고시조
임형선 지음 / 채륜서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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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노상 입에 달고 다닌 말이 있다. ‘이 다음에 크면 난 한량이 될 거야이 말이 무슨 뜻인지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주변 사람들에게 계속 말하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옛 선조들이 즐기던 놀이문화가 내게는 너무나 좋아보였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한적한 계곡에서 시조를 읊조리는 선비들의 모습이 멋져보였다. 그래서였을까? 남들이 재미없다고 하는 고시조를 외우는 취미를 갖게 된 게. 세월이 많이 흘러 그때 외웠던 고시조들이 거의 기억에 남아있지 않지만 고시조에 대한 애정은 여전하다.

 

<이야기로 읽는 고시조>는 고시조에 대한 애정을 가진 나와 같은 독자뿐 아니라 고시조에 대해 전혀 관심을 갖지 않는 독자들에게도 상당히 유용한 책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어렸을 때 학교에서 배우는 것처럼 딱딱하게 시조의 의미를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각 시조에 얽힌 이야기들을 함께 들려주면서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저자 임형선은 고시조가 외면 받는 현실에서 독자들이 흥미를 가지고 새롭게 고시조를 접할 수 있도록 기존의 딱딱한 방식과는 달리 현대적인 언어로 시조를 해석하였고 그에 더해 각 시조에 얽힌 사연과 역사적 배경을 함께 설명한다. 또한 문어적인 표현이 아니라 마치 수업시간에 수업을 하는 것처럼 구어적인 표현을 사용해 읽는 이의 부담감을 상당히 덜어준다.

 

사랑’, ‘정치’, ‘자연, 풍경 그리고 풍류라는 세 가지 주제로 분류해 놓은 점도 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관심을 가지는 사랑 이야기를 선두로 시대적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정치, 마지막으로 시조의 참 맛을 느끼게 해주는 자연, 풍경, 풍류 이야기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그 옛날 시조를 읊조리며 삶의 단면들을 들려주는 선조들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다.

 

시조는 어렵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 보여주듯이 그 속에 담긴 이야기들은 우리의 삶과 별반 다를 바 없는 평범하다면 평범한 이야기이다. 그렇기에 조금은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 시조를 어려워하는 독자라도 이 책에서 조금은 시조와 가까워질 수 있는 첫걸음을 가볍게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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