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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머링 맨
신희 지음 / 자음과모음 / 2016년 10월
평점 :
책을 읽다보면 참 이해하기 힘든 내용의 책을 만나기도 한다. 내용이 어려운 경우도 있고, 이야기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정확한 구조를 찾지 못해서 그런 경우도 있고, 작가가 의도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난해한 문장과 비유를 사용하여 독자를 혼란에 빠뜨리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에는 대사와 설명을 구분할 수 없어서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종류의 소설이 아닌가 싶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도 이해하기에 만만하지 않지만 대사와 설명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아서 언뜻 내용을 잘못 이해하게 되기도 한다.
인디고, 그린, 블루라는 고등학교 동창들에게 일어난 기묘한 일. 40이라는 나이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환상에 빠진 그들의 모습이 그렇게 낯설지 않았던 이유는 나 역시 그런 환상적인, 아니 환상이라기보다는 공상에 빠진 적이 적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끝없이 망치질을 해야 하는 해머링 맨. 어쩌면 지금의 내 모습이 그럴지도 모르겠다. 끝없이 일에 치여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하는 나이. 오로지 노동에 얽매여 다른 모든 삶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 삶을 돌아보게 된다.
물론 세 명의 친구들이 보는 환상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처럼 보인다. 물고기가 말을 하고, ‘억울해요’를 외치는 베토벤을 만나고, 회전문에 갇히고, 비상계단에서 자전거를 타는 아이를 만나고. 모두가 다 이상하기만 하다.
그래서 이 책이 더 매력적이다. 환상과 현실을 구분하기 힘든 이야기 속에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바로 내 모습. 모든 것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지만 뒤틀린 모습들 속에서 뒤틀린 내 모습을 보는 섬뜩함이 소설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독자마다 호불호가 상당히 나눠질 것 같지만 한 번쯤 지금의 자신을 돌아보고 싶은 독자라면 추천해주고 싶은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