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아이
샤를로테 링크 지음, 강명순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샤를로테 링크의 전작 <죄의 메아리>를 읽고 그녀의 작품에 매료되었다. 긴박감 넘치는 구성과 탁월한 심리묘사를 읽으며 여타의 작품들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랬기에 그녀의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감은 높을 수밖에 없었다.

 

얼굴을 까맣게 칠해 다른 아이들과 뚜렷하게 대비시킨 표지 이미지에서 이 소설이 들려주고자 하는 내용이 무엇일지 어느 정도 유추해 보았다. 옆의 두 아이와 이 아이는 무엇이 달랐던 걸까? 부모가 원하지 않았던 아이? 세상에서 버려진 아이? 표지 이미지만으로는 도저히 무슨 내용이 펼쳐질지 알 수 없었기에 바로 책을 펼쳐들고 읽기 시작했다.

 

소설은 두 건의 살인사건과 베켓농장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60년간의 이야기를 축으로 그려진다. 기대했던 바와는 조금 다른 내용이었지만 전작과 마찬가지로 작가의 탁월한 플롯 구성과 심리묘사, 거기에 깊이 묻어둔 상처가 어떻게 표출되는지를 적나라하게 표현한 묘사들이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고 놓아주지 않는 작품이다.

 

믿었던 사람에게 받는 상처. 나 역시 그런 경험이 있어서였을까? 그 마음이 어떠한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믿었던 이에게 받은 상처는 어떻게 다잡아야할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구멍을 뚫어버린다. 그 무엇으로도 쉽게 채워지지 않는. 물론 이제는 세월이 흘러 어느 정도 상처가 아물었지만 그 당시를 돌이켜보면 지금도 그 아픔이 아련하게 느껴진다.

 

이 작품에서 또한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부분은 전쟁이 주는 아픔이다. 전쟁을 겪지 못한 나로서는 그 깊은 의미를 알기 어렵지만 가끔씩 듣던 할아버지, 할머니의 이야기가 이 작품을 읽으면서 조금 더 현실적인 이야기로 다가왔다.

 

노바디로 불리던 아이, 그 아이를 다른 아이로 내몰았던 시대적 상황과 인간적 배신, 그로 인한 모두의 불행. 어쩌면 지금 누군가도 그런 과정을 겪고 있을지 모른다. 자신이 뿌린 씨앗이 어떤 불행한 결과를 만들어내는지를 몸으로 직접 경험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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