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에 잡히는 전쟁과 미술
최영진 지음 / 평화서각 / 2016년 5월
평점 :
품절


가볍게 시작해보자. 책 제목에 한 손에 잡히는이라는 표현이 있다. 무슨 의미가 했더니 진짜로 한 손에 딱 들어맞는다. 여성에 손에는 좀 힘들겠지만 보통 신장의 남성이라면 아마 대부분 한 손에 들고 읽을 만한 책이다. 딱 좋다는 얘기다. 요즘 책들 중에는 크기가 커서 들고 다니며 읽기가 불편한 책들도 있는데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일단 백 점 만점에 백점이다.

 

이제 책 내용을 살펴보자. 제목에 나온 그대로 이 책에는 전쟁 이야기를 그리거나 조각으로 새긴 미술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미술과 전쟁, 자연스러운 조합은 아니라는 생각이 먼저 들지만 전쟁 혹은 전투를 예술적 열정과 직관, 설명할 수 없는 요소가 작용하는 종합 예술로 설명한 저자의 설명을 읽은 후에는 둘의 관계가 그렇게 동떨어진 만남은 아님을 알게 된다.

 

이 책을 읽을 때 반드시 서문을 먼저 읽길 바란다. 물론 대부분의 독자가 그렇게 하시겠지만. 다른 이유라기보다 이 책에 서문에서 저자가 말하는 전쟁그림에 담긴 시대와 그림을 보는 시선을 먼저 배워야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전쟁그림에는 전쟁의 시대와 제작의 시대라는 두 개의 시대와 전쟁 당시의 시선, 현재 의뢰자, 화가의 시선이라는 세 가지 시선이 존재한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저자가 설명하는 미술 작품들을 감상하면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느낌 혹은 생각을 갖게 된다.

 

고대의 전투에서 현대의 전투에 해당하는 한국전쟁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전쟁을 묘사한 미술작품들을 저자의 설명과 함께 들여다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단순한 사실적 묘사를 넘어서 작품 속에 그려진 대상들의 마음 상태나 바람, 각 전쟁의 의미 등에 이르기까지 다면체 기구를 보듯이 작품을 다양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특히 작품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을 번호를 매겨 설명한 부분이 인상 깊다. 굳이 저자의 설명을 읽지 않고 이 부분만 보아도 각 미술작품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가슴 깊이 다가온다. 다만 번호와 설명이 잘 못 연결된 부분이 있어서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전쟁이라는 급박한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두려움, 열정, 운명 등이 담긴 작품이라 그런지 강렬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마치 한 편의 전쟁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에 흥분되는 마음이 점점 커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전쟁 역시 삶의 모습 중의 하나임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즐겁기만 한 삶의 모습은 아니지만.

 

삶에서 늘 승리만 하는 사람은 없다. 때로는 패배를 인지하면서도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 삶이다. 그 때 기적처럼 놀라운 결과가 나타난다. 불굴의 의지로 패배를 승리로 이끄는. 마치 이 책에서 설명한 전쟁처럼 말이다. 삶이란 그런 것인가 보다. 전쟁처럼 무언가 예상할 수 없는 결론이 담긴 종합예술과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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