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가 언제나 바보 늙은이였던 건 아니야
알렉상드르 페라가 지음, 이안 옮김 / 열림원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시대적 상황 때문일까? 요즘 소설의 소재로 많이 사용되는 내용 중 하나가 노년층에 대한 것이다. 특히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영화로도 만들어져 소설과 영화를 비교하면서 상당히 재미있게 보았다.
이 책의 주인공도 역시 노인이다. 요양원에 오게 된 파네크 레옹이라는 인물이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또 다른 관계를 맺어가는 모습과 이전에 그가 삶아온 모습들을 번갈아 보여주면서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어느덧 40대를 넘기다보니 이런 생각을 자주 한다. ‘자네는 누구인가, 레옹?’이라는 잭의 질문은 어쩌면 책을 읽는 모든 독자에게 던지는 저자의 화두일지도 모르겠다. 과연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나는 누구일까, 이렇게 나이 들어가는 나는 누구일까?
살아온 시간만큼 수많은 내가 있었다. 그리고 그런 수많은 내가 결국은 지금 이 순간의 나를 만든 것이다. 그런 내 모습을 돌아보기 시작할 때가 바로 나이가 들어가는 순간이 아닌가 싶다. 어렸을 때, 젊었을 때에는 그저 앞만 보고 나아갔다. 무언가 저 끝에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나를 돌아볼 시간이 없었다.
그런 내게 이 소설은 지금 자신을 돌아보라고 한다. 과거의 자신이 만들어낸 지금 이 순간의 자신을. 그리고 앞으로 만들어진 미래의 나 자신을.
나도 한 때는 바보도 아니었고, 노인도 아니었다. 한 때는 누구보다 총명했고, 누구보다 젊음이 넘치던 때가 있었다. 그렇지만 그 누구도 시간을 비껴가지는 못한다. 그 시간들 속에서 나를 알고,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알아가는 것, 그것이 가장 현명한 삶의 방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