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어 수강일지
우마루내 지음 / 나무옆의자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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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업무 때문에 터키에 간 적이 있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특히 친절했다. 알고 보니 6.25 전쟁 때 파병한 나라가 터키로 그곳 사람들은 우리를 형제의 나라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후 이런 사실들이 알려지면서 우리도 터키를 형제의 나라라고 부르고 있다.

 

형제의 나라라고는 하지만 터키어와 우리나라 말이 엄연히 다르다보니 의사소통하는 일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았다. 이 책의 제목이 <터키어 수강일지>인 것도 그런 의미가 아닐까 싶다. 자신을 나타내는 수많은 표현들이 있지만 상대방이 이 표현들을 이해하는 일이 그렇게 간단한 일만은 아니라는 것, 또한 표현하고 싶지만 실제로 표현할 수 없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는 것, 작가는 이런 얘기가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소설은 처음부터 생뚱맞게 다가온다. 존나 카와이라는 어찌 보면 조금은 비밀 클럽 같기도 한 그런 모임에 대한 설명과 낚시가게 주인아저씨의 엉덩이를 보고 마음이 흔들린 열다섯 살 소녀의 이야기, 거기에 존나 카와이에서 끝없이 게시물을 올리지만 대부분의 멤버에게서 외면을 당하는 한스 요아힘 마르세유의 이야기까지.

 

조금은 어지럽다. 처음에는 작가가 무슨 이야기를 펼치려고 하는지도 뚜렷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저 무언가 소통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는 막연한 느낌만이 있을 뿐이었다. 자신들만의 세계를 가진 십대들이 자신을 찾아가는 성장 소설이라고 보아야 할까? 아니면 소통의 부재를 말하는 사회 소설로 보아야 할까?

 

어떤 의미이든지 간에 처음에 느낀 불편함이 소설을 읽으면서 조금씩 사라진다.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들에 여전히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지만 그 또한 그들 나름의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본다면 이해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니까.

 

교회에서 중고등부 교사로 활동하다보니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가 많다. 지금의 아이들은 분명 내가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와는 전혀 다르다. 모든 표현에 ~~’를 붙이는 그들의 언어 습관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하지만 이 또한 그들이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의 하나일지도 모른다. 또 다른 아이들이 영상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춤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노래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듯이 말이다.

 

젊은 신인작가의 소설이라 색다르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앞으로 작가가 어떤 작품을 선보일지 상당히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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