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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혼 살인 ㅣ 아르테 누아르
카밀라 그레베 지음, 서효령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4월
평점 :
언제인가부터 북유럽 출신 작가들의 작품을 접하게 되었다. 작년에 우리나라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오베라는 남자>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등 사회를 풍자한 소설에서부터 스티그 라르손, 요 네스베 등이 쓴 스릴러 소설에 이르기까지 장르도 상당히 다양하다.
북유럽 소설을 읽다보면 우리네 정서 혹은 사회적 분위기하고는 조금 다른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하지만 거친 듯하면서도 섬세한 이야기의 흐름에 한없이 빠져 들어간다. 이 책도 그런 점에서 북유럽 스릴러 소설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 소설의 특징은 다른 여타의 스릴러 소설과는 다르게 피해자가 뚜렷하게 제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피해자가 뚜렷하지 않다보니 독자가 사건의 전반적인 내용을 추론하는 일이 쉽지 않다. 이 책의 작가 카밀라 그레베는 피해자와 가해자를 추리해가는 과정보다는 등장인물들의 심리 묘사에 치중해서 글을 풀어나간다.
작가는 엠마, 한네, 페테르의 시선을 통해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사건을 설명한다. 그런데 이들의 모습이 참으로 묘하다. 이들은 정상적인 사고나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아닌 것 같다. 물론 각자 나름의 이유는 있겠지만 평상시 스릴러 소설에서 보는 인물들과는 조금 다르다 보니 아무래도 낯선 느낌에 당황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인물 면에서 색다른 느낌을 받은 것은 좋았지만 어느 정도 읽으면 사건의 윤곽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금은 아쉬웠다. 물론 나름의 반전이 있지만 이미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던 터라 조금은 김빠진 느낌이 든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소설 전반에 걸쳐 드러내는 사람들의 관계와 음울하고 무거운 분위기가 나름 색다르고 신선했다. 또 다른 스릴러의 유형을 만난 기분이랄까, 평상시 좋아하는 유형은 아니지만 별미를 만난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녀가 여동생과 함께 집필했다는 범죄 소설들은 또 어떤 분위기일까? 상당히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