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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준열의 시대 - 박인환 全시집
박인환 지음, 민윤기 엮음, 이충재 해설 / 스타북스 / 2016년 3월
평점 :
품절
박인환 시인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시는 <목마와 숙녀>이다.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후략]
‘한 잔의 술을 마시고’라는 첫 구절을 읊으며 술 한 잔을 기울이던 친구들과의 추억이 담긴 그 옛날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와는 반대로 수없이 많이 불렀지만 정작 시를 쓴 이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던 시는 <세월이 가면>이다. 그저 유행가 가사로만 생각했던 적도 있다.
이처럼 박인환 시인은 우리에게 알려져 있지만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시인이다. 그가 어떤 시를 썼는지,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그의 죽음이 어땠는지를 알지 못했다. 그런 세상의 오해가 싫었기에 엮은이는 박인환 시인의 작고 60년을 맞아 이 책을 세상에 내놓기로 했다. 박인환 시인이 첫 시집 제목으로 붙이고 싶어 했던 <검은 준열의 시대>를 제목으로 붙여서 말이다.
시를 감상하기 전에 20페이지에 걸쳐 박인환이라는 시인의 삶을 설명한다. 짧지만 그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은 맛볼 수 있는 내용이다. 또한 시집 뒤편에 실은 박인환의 시에 대한 해설로 그가 그려낸 시가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다.
엮은이는 90편의 시를 내용에 따라 5부로 나누었다. 1부에는 사회주의자의 면모가 드러나는 시, 2부에는 한국 전쟁을 겪은 가족과 사회에 대한 시, 3부에는 미국 여행 체험에 관한 시, 4부에는 반공주의자의 면모가 드러난 시, 5부에는 고향, 계절, 자연 등을 노래한 서정적인 작품들이 실려 있다.
90편의 작품을 한 번 읽었다고 박인환 시인의 생각을 모두 읽을 수는 없다. 하지만 박인환 시에 대한 해설을 이충재 시인의 해석처럼 그의 시에는 일제강점기, 6.25전쟁 등과 같은 시대적 아픔을 담은 내용들이 적지 않다.
박인환 시인은 많은 이들에게 <목마와 숙녀> <세월이 가면>으로만 기억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박인환 시인은 이 두 편의 시로만 평가받아야 할 시인이 결코 아니다. 그의 삶이, 그의 시가 온전히 평가받아야 한다. 그런 순간이 이 작품집을 통해 하루라도 빨리 이루어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