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의 열린 법 이야기 비행청소년 10
김영란 지음, 어진선 그림 / 풀빛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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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을 위한 책이기에 너무 쉽게 생각했다. 평상시에 자주 접하지 않는 법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책이라면 그 내용이 그렇게 풍성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레 짐작했다. 그저 간단한 개념 정도만 들려줄 것이라고 생각하며 책을 펼쳤다.

 

웬걸,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법이 생기게 된 기원과 역사에서부터 법이 추구하는 가치, 마지막으로 법치주의와 법 시스템을 설명에 이르기까지 이 책에 담긴 내용은 상당히 구체적이고 전문적이었다. 물론 중간 중간 삽입된 삽화나 글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학생을 대상으로 한 책임을 깨닫게 하지만 김 할머니 사건등 아주 구체적인 사건을 풀어나가며 설명하는 것이 마치 법을 전공으로 하는 대학생들이 읽어도 괜찮을 정도의 내용으로 구성되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 책의 특징 중 하나는 학생들로 하여금 법과 법이 우리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앞서 예로 든 김 할머니 사건를 설명하면서 이런 질문을 던진다. 과연 국가가 개인의 죽음을 결정할 수 있는가, 라는. 저자는 이 질문을 던지면서 이와 같은 국가의 개입이 개인의 삶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가난하고 힘없는 자들을 돌보는 정당한 행위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법의 양면성을 어떻게 조정해야 개인이나 국가 모두에게 이롭게 조정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보라고 한다.

 

법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 그 역할을 다하려고 한다. 하지만 법의 주인이 되어야 할 우리는 법과 너무도 멀리 떨어져있다. 법은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애써 외면하기도 한다. 그런 우리에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법은 특정한 누군가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국민 모두가 주인인 민주주의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우리가 사용해야 할 하나의 수단일 뿐이라고.

 

작년에 읽은 <고백 그리고 고발>이라는 책이 떠오른다. 그 책을 읽으며 법이라는 제도에, 아니 더욱 구체적으로는 법을 집행하는 이들에 대해 크게 실망했었다. 그러면서 법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렸다. 우리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렸다. 그걸로 끝이었다.

 

하지만 이제 내 생각이 변했다. 정의로운 법을 위해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겠다고. 그것이 나와 내 후손이 진정한 주인으로서 민주주의 사회를 이루어가는 방편이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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