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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의 고해 - 스스로에게 건네는 마지막 고백
신창호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6년 2월
평점 :
우리나라 사람들이 존경하는 역사 속 인물 중에서도 정약용은 몇 손가락에 안에 들 만한 인물이다. 그가 그렇게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는 이유는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조선의 실학자로서 현실에 도움이 되는 수많은 건축물들을 생각해냈고 수많은 저서를 통해 다양한 생각을 후대에 전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는 스스로의 삶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정조의 총애를 받으며 승승장구했지만 인생의 후반기를 유배지에서 보냈기에 아마 자신의 삶에 대한 생각이 남달랐으리라. 이 책에서 그런 그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데, 정약용의 <자찬묘지명>, 즉 스스로 지은 묘지명을 풀어 설명한 것으로 정약용의 자서전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4부에 걸쳐 정약용의 삶과 생각을 읽으면서 문득 나는 훗날 나의 삶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는 정약용과 비교할 정도의 인물이 아니다. 그렇기에 더 많은 회한과 아쉬움이 넘쳐날지도 모른다.
분명한 건 한 가지 있다. 나는 참된 그리스도인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것. 정약용은 천주교인이기도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유학자로서의 면모도 강하다. 아니 어쩌면 유학자로서의 면모가 더 강한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마지막 4부에서 자신이 읽은 유학 경전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세세하게 들려준 것인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나의 마음을 뒤흔든 것은 그의 이런 고백이었다.
나의 삶은 모두 그르침에 대한 뉘우침으로 지낸 세월이었다. 이제 지난날을 거두고자 한다. 거두어 정리하고 일생을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p.238)
정약용과 같은 인물이 일생을 그르침에 대한 뉘우침으로 보냈다면 나 같은 사람은 어떻게 삶을 보내야 할까? 어떤 고해를 해야 할까? 아마 하루 종일 반성하고 용서를 빌며 살아도 부족할 것이다. 그런 내게 정약용은 이렇게 말한다. 지난날을 거두고 다시 시작하라고.
그래, 지나간 삶의 아픔을 끝없이 곱씹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고통과 후회를 딛고 다시 나아가는 것, 새롭게 시작하여 새로운 삶을 만들어 내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 다산은 내게 그렇게 속삭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