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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변호사 왕실소송사건
정명섭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1월
평점 :
왜 그런 고정관념에 빠졌던 걸까? 조선시대에는 변호사라는 직업이 당연히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왕정시대라는 특정 상황에서는 왕권으로 모든 일이 결정된다는 편견에 빠져있었다. 그런데 조선시대에도 지금의 변호사라고 불리는 직업이 있었다. 바로 외지부.
이 소설은 왕실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하고자 하는 민초들을 도와주는 외지부의 이야기이다. 게다가 이 소송이 실제라는 것, 놀랍다. 내가 그렇게 놀랐던 이유는 작가의 말에서 언급한 내용 때문이다. 조선시대 대표적인 토지분쟁인 하의삼도는 1730년에 시작해 1960년에 끝났다고 한다. 소송이 끝난 후에도 토지대장을 정리하는 데 30년이라는 시간이 더 걸렸다고 한다. 도대체 몇 년 동안 이어진 소송인 건가.
사건의 전말을 살펴보자. 토지분쟁의 대상인 하의삼도는 인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명공주의 병을 고치는 자에게 정명공주와 결혼을 시키고 토지도 하사하겠다는 인조의 방을 본 홍영 노인은 정명공주의 병을 고친다. 이후 아들 홍주원과 정명공주를 결혼시키면서 하의삼도를 하사받는다. 인조에게서 하사받은 하의삼도는 4대가 지나면 소유권이 사라진다. 문제는 여기에서부터 발생한다.
4대가 지난 이후에도 홍씨 가문은 소유권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러기는커녕 주민들이 개간한 땅마저 세금을 거두는 등 말로 할 수 없을 정도의 온갖 횡포를 저지른다. 백성들은 그런 홍씨 집안의 악행을 견디다 못해 나주 관찰서나 광주까지 가서 탄원을 하지만 그들은 권력의 중심이 홍씨 집안의 편을 든다.
결국 견디다 못한 백성들을 대표해 이차돈, 윤민수, 임성찬이 몰래 섬을 빠져나와 한 때 외지부로 일하다 술집에서 중노미로 일하는 주찬학을 찾아간다. 주찬학은 홍씨 집안을 상대로 한 소송은 무리라고 말하며 이들의 요청을 거절하지만 홍씨 집안의 의뢰를 받은 애꾸가 그들을 찾아다니는 소문을 듣고 마음을 돌리는데....
국가의 근본은 백성이다. 그런데 그런 백성을 착취하는 권력은 어떻게 된 것일까? 백성을 돌보지 않고 그런 권력자들의 주구가 된 관리들은 또 어떤가? 조선시대의 모습이 지금도 여기저기에서 볼 수밖에 없는 현실은?
약자가 대접받는 그런 사회는 언제쯤 이루어질까? 그런 사회는 그저 우리의 꿈에 지나지 않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