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 마리아 못된 마돈나
박초초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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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책은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읽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런 점에서 내가 소설을 읽는 목적은 분명하다. 재미다. 남들이 아무리 좋은 소설이라고 말해도 재미가 없으면 다른 어떤 책보다 읽기 싫은 게 소설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내 마음에 쏙 쓴다. 470페이지의 두툼한 분량이 순식간에 지나가버릴 정도로 가독성이 좋은 책이다. 박초초라는 신예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라는데 대단한 작가가 등장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용도 상당히 흥미롭다. 어떤 면에서는 조심스러운 소재이기도 하지만. 일제강점기 시대의 경성이라는 장소를 무대로 펼쳐지는 사랑 이야기. 경성을 배경으로 한 소설들이 적지 않지만 이 책은 경성이라는 낯설던 우리의 도시를 조금은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그런 상황에서 삶을 이어나갔던 이들의 모습도 자세히 그리고 있다.

 

물론 소설의 중심에는 사랑이 있다. 어릴 때 함께 지냈던 여인을 찾고자 모든 것을 뿌리치고 경성으로 온 다카오카 교이치와 유림의 가풍을 이어받아 명륜학원에서 유학을 가르치는 유학자 영방. 이들이 사랑하는 여인은 화려한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에렌과 학식과 미모를 모두 갖춘 연혜이다.

 

사실 이들의 사랑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같은 남자로써 교이치와 영방의 선택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 어떤 점에서는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솔직한 심정으로는 결코 현실에서는 이루어지지 않을 선택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만주국 군부대 위문공연을 갔다가 모든 것을 버리고 새로운 삶을 선택한 에렌과 연혜의 모습도 상당히 혼란스럽다.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과연 그 방법밖에 없었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다.

 

모든 부분에 공감할 수는 없었지만 참 재미있게 읽었다. 작가의 말처럼 허구의 세계에서 조금이나마 진실과 맞닿은 부분도 볼 수 있었고. 그녀의 다음 작품은 어떨까, 또 다른 허구의 세계에서 진실을 볼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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