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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의 비밀 ㅣ 마탈러 형사 시리즈
얀 제거스 지음, 송경은 옮김 / 마시멜로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으면 일제강점기를 보낸 우리의 역사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우리와 같은 고통을 겪은 유태인의 비극적인 역사가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가 생체실험의 대상이 되었던 유태인의 역사. 그런 비극의 역사를 만든 가해자 독일의 나치.
소설은 70대 노인 호프만이 방송에 출연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방송에 출연하여 자신의 마음속 깊이 간직한 과거를 이야기한 호프만은 독일 나치에게 끌려간 아버지가 남긴 두꺼운 봉투 하나를 받는다. 그 봉투에는 오페라의 거장 오펜바흐의 미출간 친필악보가 들어있었는데, 그 값은 수백만 유로에 달한다. 호프만을 대신해 프랑쿠프르로 간 방송기자 발레리는 누군가에게 납치되고, 약속장소인 선상 레스토랑에서는 다섯 명이 살해된다. 강력계 팀장 마탈러는 선상 레스토랑 사건의 범인을 추적하기 시작하는데..
무척 흥미롭게 읽었다. 악보의 이권을 둘러싼 사건인지, 아니면 또 다른 의도가 담긴 사건인지 마지막 순간까지 알 수 없어서 책에서 손을 놓을 수 없었다. 사건에 사건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지만 범인의 윤곽조차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니 더욱 궁금할 수밖에.
그런데 결말이 너무 쉽게 풀어진다. 갑작스레 등장한 살인자와 그 배경. 흠. 당황스럽다. 내가 너무 기대하고 있었던 걸까? 이런 갑작스런 결말이 그다지 반갑지만은 않다. 아니, 솔직히 실망스러운 느낌이었다. 갑자기 확 불길이 꺼져 써늘해진 그런 기분.
독일에선 TV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다는데 드라마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책처럼 그렇게 갑작스런 결말은 아닐 거라는 생각에 한 번 보고 싶었다. 드라마에서는 어떤 전개가 펼쳐졌을지.
그렇다고 이 소설이 재미가 없다는 말은 아니다. 충분히 재미있다. 생각할 거리도 많이 던져주기도 하고. 특히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우리나라의 역사를 돌아보게 하는 그런 힘을 지닌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