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저리 클럽
최인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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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왜 나는 그토록 엉뚱하고 유치하고 어리고 철없는 짓들과 생각들을 했는지, 우스워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당시만 해도 일기를 쓰는 그때에는 누구보다 진지하고 엄숙하고 심각했던 것을 나는 기억해냈다.(p.421)

 

가슴이 울컥했다. 지나간 버린 그 시절, 그 때 그 친구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영구, 동혁, 영민, 문수, 철수, 그리고 동순처럼 나도 그렇게 엉뚱하고 유치하고 어리고 철없는 짓들과 생각들을 하면서 보냈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누구보다 진지하고 엄숙하고 심각했던 시간들을 보냈기 때문이다.

 

물론 소설 속 그들과 같은 시대를 보냈던 것은 아니다(그렇다고 그렇게 큰 차이가 나는 것 같지도 않지만). 그렇지만 가만있어도, 무엇을 해도 빛났던 그 시절은 누구에게나 비슷한 모습을 남긴 추억이지 않을까.

 

머저리 클럽의 악동들처럼 내게도 고등학교 3년 내내 뭉쳐 다닌 친구들이 있다. 영민과 비슷하게 타학교에서 전학을 와 한동안 왕따 아닌 왕따였던 친구도, 문수처럼 수련을 갔다 자신을 찾겠다며 수련을 뛰쳐나간 후 많은 시간이 흘러 성숙한 어른이 되어 돌아왔던 친구도, 동순처럼 시를 사랑하고, 친구를 사랑하고, 사랑에 아파하고, 사랑에 점점 성숙해진 친구도 있었다.

 

정말 너희들 때문에 나도 즐거웠어”(p.439)

 

그래, 그랬다. 그런 친구들이 있어서 그 시절이 그렇게 즐거웠다.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즐겁고 행복하다.

 

이 책은 그래서 좋다. 아프고 슬프고 때로는 방황했던 그러면서도 따뜻하고 행복하고 즐거웠던 그 때 그 시절로 모두를 이끌어주기 때문이다. 이제는 어느덧 세월이 흔적이 남아버린 친구들과 함께 술 한 잔 나누며 아무런 흔적도 새겨지지 않았던 그 때,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그런 추억에 더해진 아름다운 시들은 또 얼마나 좋은지. 물론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시들도 많았다(우리 시대는 머저리 클럽 친구들처럼 그렇게 시를 많이 읽지는 않았다. 지금 돌아보니 너무나 아쉬운 일이지만). 하지만 순간순간 들리는 동순의 시어는 별다른 생각 없이 가만히 읽고만 있어도 좋은 그런 글들이었다.

 

요즘 응팔(응답하라 1988)이라는 드라마가 모든 세대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 드라마에 열광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니 응팔에는 단순히 남녀 간의 사랑이야기만이 아니라 그 옛날 추억의 시간들과 그 시절을 함께 보낸 가족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것이 좋아서라고 한다. 이 책도 그렇다. 그 때 그 시절의 추억과 우정과 사랑이 적절히 버무려져 있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을 손에 잡으면 결코 놓을 수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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