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기억하라 - 징비록
정종숙 지음 / 북스타(Bookstar)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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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성룡이라는 인물은 TV 드라마로 제작될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또한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징비록>도 다양한 저자들이 소설로, 인문학 작품으로 출판하여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읽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류성룡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징비록이 사람들의 눈길을 끈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임진왜란 당시의 상황과 오늘날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이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강대국에 치여 주권을 잃어버린 듯한 나라, 눈앞에 적군을 두고도 자기의 안위만 찾는 왕과 신하들, 기강이 무너질 대로 무너져 적군이 보이자마자 도망부터 치는 병사들, 수많은 사람들의 경고에도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은 무능한 정부. 이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징비록은 임진왜란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들려주는 생생한 기록물이다. 그 속에 담긴 내용은 자랑스러운 우리의 역사가 아니다. 오히려 숨길 수 있으면 꼭꼭 숨기고 싶은 부끄러운 역사다. 그렇지만 치욕의 역사를 똑바로 볼 수 있어야만 두 번 다시 그런 역사를 반복하지 않는다. 징비록은 그런 류성룡의 마음이 담긴 책이다.

 

징비록이 사람들의 마음을 끈 이유는 류성룡의 그런 마음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닿았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강대국에 뒤덮여 나아갈 방향을 찾지 못해 헤매는 이 나라, 하지만 그런 나라를 아끼고 사랑하기에 이전의 치욕스런 역사를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으려는 민초들의 마음이 징비록으로 향한 것은 아닐까.

 

징비록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읽었는데, 이 책이 가진 특징 혹은 장점이라고 한다면 먼저 방송작가인 저자의 필력이 아닐까 싶다. 방송작가로 다양한 역사 프로그램에 관한 글을 쓴 저자의 전력이 이 책에 바로 묻어난다. 글을 읽으면서도 방송을 보는 듯 편안한 느낌을 받았다. 또한 내용과 관련된 다양한 사진들이 징비록과 임진왜란에 대한 이해를 더욱 높여준다.

 

또 다른 특징은 징비록이 일본에 미친 영향에 대한 설명이었다. 이전에 읽었던 책들은 징비록 그 자체에 중점을 두고 설명한 반면 이 책에서는 비록 길지 않지만 징비록이 일본에서 어떤 위상을 가졌었는지를 설명한다. 이런 설명을 통해 징비록이 어떤 의미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었다.

 

저자의 마지막 말로 마무리를 대신하고자 한다.

 

잘못된 판단, 잘못 된 기억은 불행한 역사를 만든다. 류성룡은 미래의 기준이 될 전쟁의 기억을 바로잡기 위해 붓을 들었다..... 기억을 기억하라. 역사는 기억하는 대로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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