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화가 - 1867년, 조선 최초 여류 소리꾼 이야기
임이슬 지음, 이종필.김아영 각본 / 고즈넉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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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먼저 <도리화가>를 만났다. 사실 영화는 그다지 재미가 없었다. 소리의 맛을 느끼기에도 부족했고. 그랬기에 책에 대한 기대도 크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다 보니 더욱 그랬다. 그런데 역시 영화와 책은 다르다. 영화에서 느끼지 못했던 즐거움이 책에서 소록소록 살아났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임에도 빠른 전개와 간결한 필력이 무척 매력적이었다. 곳곳에서 보이는 표현들의 맛도 남다르다. 게다가 작가의 의도가 분명하게 드러나면서 내용에 대한 깊은 이해도 덩달아 높아졌다. 이런 여러 면들이 합쳐져 영화보다 훨씬 매력적인 책이 나온 게 아닐까 싶다.

 

도리화가는 조선 최초의 여류 소리꾼이라는 진채선에 관한 이야기이다. 여성의 활동이 제한적이었던 조선 시대. 그런 시대적 제약에 굴하지 않고 세상을 향해 당당하게 나아간 진채선. 또한 그녀의 재능을 알아보고 결국 그녀를 제자로 받아들인 신재효. 이 둘이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이 아름답다. 고통과 역경에 굴하지 않기에 더욱 아름답다.

 

그들의 사랑은 또 어찌 그리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지. 운현궁에서의 소리 공연으로 대원군의 눈에 뜨인 채선. 하지만 그녀의 마음에 사랑의 불꽃을 피운 사람은 다름 아닌 그녀의 스승인 신재효. 어긋나는 듯한 그들의 사랑이 참 슬프다.

 

내 모습을 돌아본다. 조그마한 굴곡에도 힘들어하는 내 모습을. 진채선에 비해 나는 얼마나 의지가 약한 사람인지. 그녀의 삶이, 그녀의 끝없는 도전이 내게도 또 다른 도전으로 다가온다. 무너져 내리지 말고 일어서라고, 그 어떤 역경도 이겨낼 수 있다고, 그렇게 외치며 노래하는 진채선의 소리가 지금 내 귓가에 맴돌며 나를 일깨운다. 모든 걸 딛고 세상 속에서 우뚝 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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