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의 마지막 아이
이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5년 11월
평점 :
책을 얼마 읽지도 않았는데 결말이 눈에 그려지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은데 이 책은 결말이 눈에 보인 그런 책이었다. 작가의 생각과 내 생각이 같아서가 아니다. 작가와 나는 생각이 전혀 다르다. 그런데도 내 눈에 결말이 선명하게 보였다. 왜 그랬던 걸까?
이 소설에서는 액자식 구성으로 두 가지 이야기가 그려진다. 자신의 정체성에 의문을 품고 살아가는 조이삭의 이야기와 왕의 명령을 받고 누군가를 쫓는 카르모스와 암살자들의 이야기. 조이삭의 이야기야 그렇다 치고 ‘암살자들’의 토대가 되는 이야기(예수님의 탄생, 에세네파, 젤롯당(열심당으로 더 많이 알려진) 등)는 이미 여러 세대에 걸쳐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주장이기에 세밀한 부분까지 모두 예측할 수는 없었지만 전반적인 내용은 예측이 가능했다.
예전부터 예수님의 출생, 십자가에서의 죽음과 부활, 그 이후에 관한 수많은 주장들이 담긴 책들을 자주 읽었다. 그 책들도 역사에 실재했던 예수님의 모습 혹은 죽음과 부활 등을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그려내기 위해 온갖 논리들을 끌어당겨 주장했다. 그때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참 교만하다고. 자신이 알고 있는 과학적 지식 혹은 상식을 벗어난 주장을 받아들이지 못해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애써 설명하고자 한다는. 그런데 인간은 무언가를 모두 다 알 수 있을 만큼 대단한 존재일까? 글쎄다.
소설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도 들었다. 작가가 곳곳에서 던진 교회의 문제, 기독교의 문제에 깊이 공감하지만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한 채 자기 스스로만 크리스천이라고 말하는 삶이 진정한 크리스천의 삶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는 교회의 진정한 의미를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여러 생각을 하게 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