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토의 검 소설NEW 3
김이수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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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토의 검, 임진왜란 때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가토 기요마사에게 하사한 검. 이를 둘러싼 한·일간의 이야기라 처음에는 문화재와 관련된 이야기로 생각했다. 물론 가토의 검과 통도사 금란가사의 교환에 얽힌 이야기라 문화재 반환과 관련된 이야기가 맞다. 하지만 저자는 그렇게 한 가지 이야기만을 그려내고 있지는 않다. 그 속에 여러 이야기들이 얽히고설킨 채 인간의 본성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야기의 한 축은 당연히 가토의 검이다. 영민의 형 영석이 살해되었다. 그의 죽음을 조사하던 곽형사는 여러 이유를 대며 형의 죽음이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때부터 영민은 형의 죽음을 파헤치기 위해, 아니 형을 죽인 살인자를 찾기 위해 스스로 사건 조사에 착수한다.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가토의 검과 이를 둘러싼 한·일 정치인들의 뒷거래. 거기에 말려든 영민의 형 영석.


보물을 둘러싼 이야기라 그런 걸까? 아니면 인간의 본성이 정말 그런 걸까? 가토의 검과 관련된 모든 이들은 각자의 욕망에 사로잡혀 있다. 죽음에 이른 영민의 형 영석도, 뒷거래를 통해 자신의 앞날을 도모하는 양 보좌관도. 그들보다 더 큰 욕심을 부리는 사람도 있지만.


가토의 검을 둘러싼 지저분한 인간 군상의 이야기도 재미있었지만 그보다 더 흥미로웠던 것은 소설의 또 다른 축인 김영민, 바로 그 사람 자체였다. 그는 형의 살해범을 찾고자 온갖 노력을 아끼지 않는, 또한 거리를 둔 채 자신을 냉담하게 대하는 어머니를 향해 사랑을 갈구하는 연민의 대상인 걸까? 아니면 순간순간 드러나는 욕망, 악의에 사로잡힌 악마인 걸까?


폭력적인 아버지와 오로지 자신이 낳은 아들인 영석만 싸고도는 새어머니 사이에서 자란 영민의 어린 시절은 많은 사람들이 연민을 느끼기에 충분해 보인다. 특히 극한적인 상황에서 방황하던 영민이 닥터 강에게서 심리치료를 받고 180도 변화하는 과정은 모든 이의 마음을 따스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 영민의 모습일까?


소설 여기저기에 그렇지 않다고 외치는 소리가 숨어있다. 아영을 대상으로 폭력적인 상황을 상상하는 모습이, 엄마와 어머니로 구분해 대하는 모습에서도, 마지막 순간 드러나는 누군가와의 관계에서도. 그는 결코 선한 인물이 아니다. 아니 오히려 철저하게 악에 물든 인간이다.


그런 그의 모습이 타고난 본성인지 아니면 자라난 환경 탓인지 명확하게 말하기는 어렵다. 이는 현재도 여전히 끝없이 이어지는 양육과 본성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결국 한 쪽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두 이야기가 얽히고설켜 독자의 흥미를 끝없이 불러일으키는 재미난 소설이다. 마지막 반전은 더욱 더. 이런 소설이 작가의 첫 장편 소설이라니. 앞으로는 어떤 작품으로 독자를 놀라게 할지 무척 기대되는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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