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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12월
평점 :
참 여러 가지 생각이 드는 책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사랑이야기로만 생각했지만 읽으면서도, 또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단순히 아서와 리자의 사랑이야기로만 치부하기에는 그 속에 담긴 내용이 너무 깊다. 마치 인생의 어떤 면을 들려주는 이름 모를 현자의 이야기처럼.
아버지에게서 24방위 바람의 등대에 얽힌 비밀을 들은 아서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해 결국 금단의 방에 들어서면서 시간 여행을 시작한다. 이 시간 여행은 아서의 할아버지인 설리반이 이미 경험한 것. 그렇기에 설리반은 아서에게 그의 경험을 들려주면서 조심하라고 말하지만 사람 사는 일이 어디 생각대로만 되는가. 결국 아서는 리자와의 사랑에 빠져들고 만다.
24방위라는 말에서 암시하듯이 아서는 24년이라는 시간 동안 매년 24시간만 사용할 수 있다(마지막에 가까워지면서부터는 24시간 이하로 줄어들지만). 이 부분이 참 묘하다. 1년 중 하루만 살아가는 삶. 이를 다른 식으로 바라본다면 1년 중 기억에 남는 시간이 24시간이라는 의미도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나머지 시간들은 기억도 안 나는 혹은 별다른 의식 없이 보내는 시간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올해 내 삶을 돌아보니 그렇게 기억에 남는 일이 많지 않다. 그저 다른 날과 똑같이 보낸 날들이 많다보니 내 속에 각인된 시간은 아서처럼 24시간이 채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마지막 장면이 바로 그런 부분을 들려준다. 숨겨진 비밀. 짜릿하다.
1년에 하루만 만날 수밖에 없었던 연인 아서와 리자의 얘기도 흥미롭지만 내게 이 책은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남겨주었다. 나는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어느 정도인지, 돌아보아야만 했다. 24방위 바람의 등대에 얽힌 시간의 여행에 빠져들지 않으려면, 지금 이 순간, 바로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