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해 행복하세요
나서영 지음 / 가나북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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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소설이다. 독자를 소설 속으로 완전히 빠져들게 하지도 않지만 소설에서 벗어나게 하지도 않는다. 그 기묘함이 이 책의 매력이라고 해야 할까? 한계라고 해야 할까? 글쎄, 뭐라고 평해야 할지 솔직히 모르겠다.

 

이 책은 소설 속 소설가 서영과 서영이 쓴 소설 속 얼굴이 희고 작은 입술이 붉은 아이의 이야기가 서로 얽히고설켜 독자를 혼란스럽게 한다. 그뿐 아니다. 서영이 만난 보라, 보라의 이야기를 쓴 소설, 서영에게 편지를 보내 그의 책이 준 상처를 말하며 죽음을 예고한 편지 이야기 등 한 권 소설 속에 여러 이야기들이 담겨있어 혼란이 점점 커져만 간다.

 

도대체 작가가 이 소설에서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무엇일까? 책을 다 읽는 순간까지 미로 속을 헤매는 기분이었다. 그러다 아이와의 만남을 그린 부분에서 무언가 가슴을 후비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단 하나의 생채기도 없는 소설을 쓰고 싶은 소설가 서영. 과거는 미래에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신념을 가진 서영. 하지만 이는 모두 그의 마음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일 뿐이다.

 

과거의 영향을 받지 않은 오늘을 살기 위해 생채기 없는 소설을 쓰고 싶어 하는 서영이지만 오히려 그는 과거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고 있다. 그가 그린 얼굴이 희고 작은 입술이 붉은 아이를 통해 그의 과거가 어떻게 그에게 영향을 주었는지가 드러난다. 결코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의 모습. 그런 그의 모습은 와의 만남에서도 드러난다.

 

제발 부탁할게. 오빠는 행복한 소설을 쓰지 못하니까 나도 불행한 모습일 게 아니야. (p.352)

 

생채기 하나 없는 소설을 쓰고 싶어 하는 그를 가장 잘 이해하는 독자 는 그가 결코 행복한 소설을 쓰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가 행복한 소설을 쓰지 못하는 것은 결국 그가 가진 과거의 상처 때문은 아니었을까?

 

하지만 상처를 상처로만 둔 것은 아니다. 그를 향해 나를 위해 행복하세요라는 아이의 말에 너도 부디 행복하렴이라고 말하며 아이를 향해 사랑을 전한 사람들, 또한 아이가 사랑했던 사람들과의 따뜻함이 그의 마음속 상처에 스며들어 있음을 알려준다. 그제야 그가 생채기 하나 없는 소설을 쓰고 싶어 한 이유가 조금은 이해가 된다.

 

내 마음이 그제야 이해된다. 그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인 줄만 알았던 삶에서 어떤 순간, 어떤 시간은 여전히 거기에 그대로 존재하고 있다.(p.284)

 

마음에 남아있는 상처를 치료하기 위한 소설을 쓰고 싶었던 서영. 그리고 작가 서영. 아픔 속에 사랑이 넘치는 모습을 보여준 그들을 사랑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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