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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 김규나 소설
김규나 지음 / 푸른향기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서늘하다! 소름이 돋는다!
이 표현이 얼마나 어울리지는 책을 읽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정말 서늘하다. 정말 소름이 돋는다. 그런데 그 느낌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각 단편의 마지막에 이르면 서늘했던 느낌이, 소름이 돋는 놀라움이 알게 모르게 사그라진다. 사라진 그 느낌 대신 무언가 따뜻한 온기가 자리 잡는다.
김규나의 <칼>에는 단편 11편이 수록되어 있다. 놀라운 사실은 11편의 단편 하나하나가 상당히 강렬하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그 여운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정도로. 그 중에서도 ‘칼’은 정말 놀라웠다. 이 작품이 2010년에 발표하였다는데 왜 그 당시 알지 못했는지 안타까운 마음이 들 정도였다.
팽팽한 삶의 줄이 끊어져버린 바이올리니스트, 의사였던 아버지가 의료사고로 무너진 후 진로를 바꿀 수밖에 없었던 부검의. 상처 입은 이 둘이 만났다. 서로의 상처를 알아보고 같이 한 순간을 보낸다. 그러다 다시 이 둘이 다시 만난 곳은 부검실. 시체와 부검의로 다시 만난 것이다.
몸 구석구석을 살피고 가슴을 열어 장기를 살피면서 바이올리니스트의 삶을 들여다보며 그의 외로움과 절망과 고통을 절절이 느끼는 부검의. 그에 대한 공감은 부검의만의 것이 아니었다. 책을 읽는 모든 이들의 공감이었다.
삶이란 팽팽하게 조여진 줄이 하나씩 끊어져 나가는 것을 견디며 살아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p.27)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느끼는 삶의 모습을 이보다 더 잘 설명할 수 있을까? 직장에서, 가정에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우리는 매 순간 얼마나 긴장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칼’ 이외의 작품들도 살아가면서 보게 되는 삶의 여러 단면들을 그리고 있다. 서늘하게, 소름 돋게, 그렇지만 그 속에 다시 따뜻함을 담아주는 그런 마음을 담은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