눕기의 기술 - 수평적 삶을 위한 가이드북
베른트 브루너 지음, 유영미 옮김 / 현암사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속이 시원한 느낌을 받은 적은 참 오랜만이다. 물론 이런 느낌을 받은 이유는 지극히 개인적이다. 내가 누워서 뒹굴 거리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

 

일반적으로 누워있다는 것은 휴식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많은 부분에서 게으름을 의미한다. 그러기에 건강하고 젊은 사람이 누워있으면 못마땅해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저자는 건강하고 젊은 사람이 침대에 누워 있는 것이 뭐 어떠냐고 외친다. 누워있는 수평적 삶은 게으름의 상징이 아니라고, 눕기는 생각을 가다듬고 숙고하기 위한 연습이라고.

 

물론 내가 항상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누워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하지만 이런 시간이 내 삶의 다른 시간들에 커다란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때때로 가장 편안한 자세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고 육체적인 피곤함이 사라지면서 모든 일에 의욕이 넘쳐나기도 한다.

 

게다가 저자의 말처럼 야외에서 누워있을 때는 또 다른 감흥에 빠지기도 한다. 하늘이 높다는, 햇살이 비치는 구름의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는, 때로는 흐릿해진 날씨조차 내 삶을 감싸주고 있다는, 그런 느낌에 빠져든다. 이런 감성적인 순간이 삶을 조금은 더 행복하게 만든다고 하면 그저 입에 발린 소리에 지나지 않을까?

 

또한 눕기는 저자의 말처럼 창조력과 주의 집중을 고양시키는 최상의 전제이다. 아니 창조력은 조금 과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누워 있을 때 빠져드는 몽상의 세계는 그 어떤 순간과도 비교할 수 없는 기쁨을 느끼게 한다. 그렇지 않은가?

 

그런데 누워서 보냈던 수많은 시간들 중에서 언제가 가장 행복하고 좋았을까? 이것도 역시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추운 겨울날 할머니가 누워계시던 그 아랫목에 등을 데고 누웠을 때, 그 때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따뜻하고 평화로웠던 그 순간.

 

이 책에서도 동양적 뿌리에 대해서도 설명하지만 우리나라의 온돌 문화를 소개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눕기가 주는 따뜻함과 행복함을 알려주는 최상의 사례가 바로 우리나라의 온돌 문화이니까.

 

아쉽지만 이 글은 앉아서 쓴다. 하지만 바로 가서 누우련다. 내가 쓴 글이 <눕기의 기술>이라는 저자의 이야기를 제대로 전했는지 곰곰이 생각하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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