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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친구 집에서 놀고, 먹고, 자고 하는 일이 빈번했다. 그러다보니 친구의 부모님들을 자주 보았기에 잘 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친구들과 이런 얘기, 저런 얘기 하다보면 내가 아는 친구네 부모님과 친구가 말하는 부모님이 전혀 다른 분이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결국 내가 아는 친구네 집안은 그저 겉에 드러난 모습이었지 깊숙이 담긴 이야기는 알지 못했던 것이다.
에쿠니 가오리의 <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이 전하는 부분도 바로 가족에 대한 이야기, 어쩌면 다른 사람이 봤을 때는 평범하지 않은 또한 결코 알지 못하는 이야기이다. 그래서였을까, 책 띠지에 담긴 글도 이런 뉘앙스를 풍긴다.
3세대, 100년에 걸친 ‘언뜻 보면 행복한’ 가족 이야기
언뜻 보면 행복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행복하지 않은 가족 이야기라는 것인가? 아니면 언뜻 보는 외부인들은 그저 행복한 부분만 본다는 이야기라는 것인가?
소설은 3세대가 함께 사는 야나기시마 일가의 이야기이다. 오래된 서양식 대저택에서 사는 이 가족의 구성이 굉장히 특이하다. 일단 할머니가 러시아인이다. 지금이야 외국인과의 결혼이 별다른 일은 아니지만 60년대 후반이라면 아무리 일본이지만 평범한 이야기는 아니다.
이 집안의 특이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3대가 함께 사는 것이야 당연히 수긍할만한 상황이지만, 이모와 외삼촌까지 함께 산다? 또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는다. 소위 홈스쿨링을 한다. 내 주변에서도 초등학교까지는 대안학교다 홈스쿨링이다 해서 정규 교육을 시키지 않는 부모님들이 있었지만 중학교를 넘어가면서부터는 여러 가지 이유로 결국 제도권 학교에 보내는 게 현실인데, 이들 가족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학교에 가려고 시도했던 아이들이 결국 몇 달 못 다니고 학교를 그만두어도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
또한 아이들 4명 중 두 명은 아버지 혹은 어머니가 다르다. 물론 이런 일은 적지 않은 가족들이 겪었던 일이다.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우리 할아버지 시대에는 어쩌면 드러내지 않았을 뿐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이런 일은 쉬쉬거리며 숨기기 바쁜 일인데 이들 집안의 사람들은 그러지도 않는 것 같다. 정말 평범하지 않은 집안이다.
그렇지만 시간을 오가며 화자를 오가며 들려주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상하기만 이 모든 일들에도 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다만 우리가 어쩌면 가족들조차도 그런 이유까지는 알 수 없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