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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크 픽션
배상민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5년 8월
평점 :
<페이크 픽션>이라는 제목이 눈길을 끈다. 페이크라는 단어도 그렇고, 픽션이라는 단어도 그렇고 모두 거짓, 가짜라는 의미인데 저자는 이 두 단어를 사용해 제목으로 사용하였다. 무슨 의미일까? 가짜와 가짜가 만난 진짜 가짜라는 의미일까, 아니면 소위 말하는 강한 반어법적인 의미로 결코 가짜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저자의 의도가 담긴 장치일까?
소설을 모두 읽고 나자 제목이 주는 느낌이 새롭게 다가왔다. 저자가 말하듯이 이 작품은 소설이 아니라 페이크 픽션이라는 느낌이. 어쩌면 모두가 거짓이라고 말하며 잊어버린 이야기가 가짜 소설로 진실에 더욱 다가갔다는 느낌이.
영화감독이라고 말하기에도 그런 3류 영화감독이지만 영화를 향한 꿈만은 그 누구보다도 큰 황 감독. 프로듀서와 후배에게 시나리오를 빼기고 제대로 입봉도 못한 그가 드디어 영화를 찍는다. 하지만 결코 기뻐할 일이 아니다. 연인인 성숙의 빚 대신 사채업자의 제안대로 액션영화를 찍기로 한 것이다.
연인의 빚도 갚을 수 없는 그에게 제대로 된 장비가 있을 리 없다. 휴대폰을 이용해 영화를 찍기로 한 그는 주인공으로 냉면집 배달원 ‘삼룡’을 캐스팅한다. 액션 신을 찍기 위해 철거촌 현장에 삼룡을 투입한 황 감독. 그런데 삼룡은 철거민의 비참한 현실을 본 후 그들의 편에 서서 용역업체에 고용된 이들에 맞서 싸우고 황감독도 철거민들에 대한 동영상을 찍어 유투브에 올린다. 그러다 폭발사고가 나면서 삼룡은 행적이 묘연해진다. 5년의 시간이 흐른 후 철거와 관련된 사람들이 연이어 테러를 당하는데..
소설은 제목처럼 모든 내용이 가짜 소설이라고 하면서 지나간 이야기를 다시 우리에게 들려준다. 하지만 그 가짜 소설에서 무엇이 가짜이고, 무엇이 가짜 소설, 즉 진실일까? 어쩌면 진실은 여전히 묻혀있는지 모른다. 가짜 소설이라는 이름하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