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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역사 시간 - 우리 역사를 외면하는 한국사 교과서의 실체를 밝힌다
이주한 지음 / 인문서원 / 2015년 9월
평점 :
답답하다. 한심하다. 분노가 치솟는다. 책을 읽는 내내 내가 느꼈던 감정이다. 어떻게 이런 왜곡의 역사를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걸까? 잘못된 역사를 가르치면서도 아무런 자책감도 없는 걸까? 사료에 근거한 역사적 사실을 외면하고 자신들이 만든 틀, 아니 자신들이 만든 틀도 아닌 일제의 식민사관의 틀 안에서 역사를 뒤틀어버린 이들이 이 땅의 학생들이 배우는 역사를 책임지고 검증하고 있다니. 어이가 없어 아무 말도 나오지 않는다.
우리나라 역사 교과서의 왜곡은 첫 부분에서부터 시작된다. 저자는 가장 먼저 선사시대와 역사시대를 문자 유무로 구분하는 방법, 사람이 아니라 도구로 시대를 구분하는 방법이 지닌 오류를 지적한다. 이런 분류법에 담긴 오류를 인지하고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 같다. 나 역시 어렸을 때부터 배웠던 방식이기에 그러려니 했다. 이 책은 그런 나의 시각을 완전히 바꿔주었다.
문제는 이런 오류가 책 전반에 걸쳐 지적하는 역사 교과서의 오류와 비교해보면 오히려 미미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고조선에 대한 왜곡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단군이 세운 조선의 역사를 신화로 돌리면서 고조선의 역사를 시간적으로, 기술적으로 축소시킨다. 이런 역사 왜곡이 1차 사료를 기반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면 그 누구도 이에 대해 반박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역사적 사료들은 오히려 역사 교과서에 수록된 내용과는 정반대되는 사실을 들려준다. 도대체 이런 역사 왜곡이 어떻게 생겨나게 된 것일까?
심각한 역사 왜곡은 이 땅의 주류사학들에 의한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역사적 틀에 맞지 않는 주장은 별다른 확인절차도 없이 재야사학 혹은 극단적 민족사관으로 매도한다. 그렇다면 그들이 제시하는 역사적 틀은 어떤 것일까? 이들의 계보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일제 식민사관의 주창자들에 닿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결국 이들은 겉으로는 식민사관을 배척하지만 그 속내에는 식민사관의 주장이 뿌리 깊이 박혀있다.
이들이 교과서를 통해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역사는 우리의 역사가 아니다. 중국의 역사이고, 일본의 역사이다. 이런 현실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 것일까? 답답하고 또 답답하다. 그래도 한 가닥 희망이 남이 있음은 역사학계에서 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아 올바른 역사를 알려주기 위해 애쓰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국사 교육은 .....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과 능력을 길러주는 데 가장 큰 목표를 두고 있다. (p.35 / 국정 <고등학교 국사> 머리말 중에서)
국정 교과서에 실린 이 말에 진정으로 책임을 지는 학자들이 우리 아이들의 역사를 담당하는 그 날, 진정한 한국사라고 부를만한 한국사가 기록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