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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읽는 피케티의 21세기 자본 - 빈부격차 확대를 경고하는 피케티의 이론 ㅣ 만화 인문학
야마가타 히로오 감수, 코야마 카리코 그림, 오상현 옮김 / 스타북스 / 201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들이 하도 피케티, 피케티 해서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무척 궁금했다. 인터넷으로 피케티를 검색했더니, 호, 장난이 아니네. ‘피케티 신드롬’, 21세기의 마르크스 등 그를 표현하는 말들을 보니 그가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를 알 수 있었다. 그래서 프랑스, 미국, 일본 등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드높인 피케티의 대표작 21세기 자본에 호기심이 동해 바로 책을 구입했다.
그런데, 낚였다. 경제학 분야의 책이기는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호평을 받은 책이기에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엄청난 분량과 내용에 결국 두 손, 두 발 다 들고 포기하고 말았다. 그 후에 그의 또 다른 저서인 <불평등 경제>는 분량이 적어 끝까지 읽기는 했지만 여전히 내 이해의 범주를 벗어나 있는 내용이었다. 그냥 그렇게 피케티가 주장하는 이론은 내게서 멀어져간다고 생각했는데...
만화로 그의 <21세기 자본>을 설명한 책이 나왔다. 만화다. 일단 만화라는 말에 환호성을 질렀다. 만화라고 해서 쉬울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만화로 보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무척 궁금하기도 했다. 800페이지 분량의 <21세기 자본>을 만화로, 그것도 한 권의 책으로 정말 설명할 수 있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한 답부터 하자면 정말 그렇다. 물론 <21세기 자본>을 제대로 읽지 못한 내가 이런 답을 내린다는 것이 우습기는 하지만 <21세기 자본>의 핵심이 무엇인지 어느 정도 감은 잡을 수 있었다. 이렇게 감이라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만화가 지닌 특성 때문이었다. 히카리라는 주인공과 그를 둘러싼 인물들이 펼쳐내는 일상의 삶 속에 <21세기 자본>의 핵심 내용을 담았다는 것, 즉 스토리 라인이 있는 이야기이기에 어려운 경제학 원리로 받아들이지 않는 여유가 생겼다. 한 마디로 심적인 부담 없이 재미있게 읽었다는 얘기이다.
그렇다고 내용적으로 부족한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만화로 설명하지 못한 부은 별도의 장을 마련하여 추가로 설명한다. 게다가 마지막 부분에 <21세기 자본>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용어집을 실어 원문을 읽을 때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일본에서 출판된 책이라 만화를 읽는 방향이 달라 조금 불편하다는 것과 아주 사소하지만 달러 환전을 원화가 아니라 엔화로 표시한 부분은 솔직히 눈에 거슬렸다.
<21세기 자본> 한국어판을 지금 다시 읽으면 어떨까? 여전히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결코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피케티가 주장한 내용의 밑그림은 얼추 그려놓았기 때문이다. 이제 그 밑그림에 격차라는 피케티의 주장을 더 깊이 담아야겠다. 빈부격차와 불평등의 세상을 바꾸기 위한 첫 걸음을 시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