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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이방인
이창래 지음, 정영목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5월
평점 :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한국계 미국 작가.
미국인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작가 중에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사람이 있구나, 라는 관심과 함께 책을 읽기 시작했다. 500페이지 분량의 책이라 처음에는 조금 지루할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이들의 작품들 중에는 지루한 느낌을 주는 작품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 예상과는 달리 단숨에 책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흥미롭다. 책에서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가의 필력이 대단하다. 이래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거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자신의 직업을 속인 채 살고 있던 헨리. 어느 날 언어를 엉터리로 말하는 사람이라는 말과 편지를 남긴 채 아내 릴리아가 돌연 그의 곁을 떠나버린다. 대학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와 스파이 일을 하며 지내던 그의 곁에는 이제 아무도 없다. 사랑하는 아들도 죽고 아내도 떠나고. 그런 상황에서도 한국계 미국인이자 시의원인 존 강을 염탐하는 일을 맡는다. 소설은 존 강의 뒤를 쫓는 현재와 이민자로 살아온 과거가 겹치며 헨리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책을 읽다 문득 캐나다로 이민을 간 대학 동기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시민권, 영주권을 가지고 있어도 자신은 그저 한국인일 뿐이라고. 캐나다 사람이 자신을 바라보면서도 그렇게 생각하고, 그런 눈길을 받는 자신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아마 헨리도 이 친구와 같은 마음이 아닐까 싶었다.
이민자들의 문제를 다룬 이야기지만 이 책은 결국 세상 사람들과 부딪치며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문제를 다룬 이야기이다. 책을 읽으며 ‘과연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느끼는 나와 다른 사람이 본 나는 같은 사람일까? 정말 나는 나 자신을 제대로 알고 있는 걸까? 수많은 생각들이 오고갔다. 아마 앞으로 내 인생의 남은 날 동안 계속해서 고민할 것이다. 나는 누구인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