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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드런 액트
이언 매큐언 지음, 민은영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평점 :
개인의 신념을 법으로 재단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무어라 답을 하기에 참으로 어려운 질문이다. 어느 쪽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답이 나올 수 있기에 어떠한 답도 온전한 답이 되지 못할 것 같다. 게다가 이런 난해한 판단이 단순한 일상의 일이라면 어떤 답이라도 수긍하고 넘어가겠지만 만약 생명에 관한 판단이라면? 그 판단을 내려할 사람이 바로 나라면?
<속죄>의 저자 이언 매큐언은 새로 발표한 <칠드런 액트>에서 바로 이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종교적 신념을 위해 수혈을 거부하는 애덤과 그의 가족, 그의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병원, 병원에서 요구한 법원명령이 정당한지를 판단해야 하는 피오나. 가족을 대변한 변호인과 병원 관계자는 서로 간에 날선 대립각을 세우며 자신들의 정당성을 주장한다. 팽팽히 맞선 이들의 대립 속에 결국 해답을 얻기 위해 피오나는 판결을 내리기 위해 애덤을 만나러 간다. 애덤을 만난 피오나는....
18세라는 법적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애덤에게는 정말 자기 결정권이 없는 걸까? 법적 기본권을 얻지 못한 아이는 자신의 죽음과 관련해 그 어떠한 결정도 내릴 수 없는 것일까? 인간의 가장 고유한 권한인 생명에 관한 기본권이 정말 나이와 관련이 있는 걸까?
물론 나이라는 제한을 둔 이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다른 이가 내리는 결정이 정말 내 의사에 반하는 것임을 분명하게 주장할 수 있는 분별력과 사고력을 갖추고 있다면, 오로지 그런 법적인 제약에 따라 결정을 내려야만 할까? 글쎄다.
다른 시각에서 봤을 때, 애덤이 가진 신념이 진정 자신의 신념이라고 딱 부러지게 말할 수 있을까? 이도 쉬운 일만은 아니다. 종교라는 관념이 자신의 것이 아닌 주변의 것인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이들도 많지만.
영국에서 제정된 칠드런 액트(아동법)에서는 법정이 미성년자(아동)와 관련한 사건을 판결할 때 최우선적으로 ‘아동의 복지’를 고려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 기준조차 때로는 너무 막연해 보인다.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다른 내면의 깊숙한 부분을 알 수 없는 것이 인간사이기 때문이다. 피오나 판사가 겪는 개인사의 경우처럼 말이다.
무거운 주제지만 한 장 한 장 무겁게 책장을 넘겨야 하는 책은 아니다. 오히려 생각보다 쉽게 책장을 넘길 수 있다. 무거운 주제의 이야기를 이토록 쉽게 넘길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저자 매큐언의 매력적인 능력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