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페르소나
이석용 지음 / 책밥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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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분 중에 성함이 김대중인 분이 있다. 그 분과 처음 만났을 때 나눈 이야기의 대부분은 이름에 얽힌 에피소드였다. 유명인사와 이름이 똑같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대화의 분위기는 상당히 화기애애했다. 그분은 어땠을지 몰라도 말이다. 그런데 내가 만났던 분과 같은 이를 손쉽게 만날 수 있는 클럽이 있다.

 

이 클럽은 외롭고 소외된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이다. 그런데 이 클럽에 회원으로 가입하기 위한 조건이 조금은 색다르다. 이 클럽의 정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허균, 안두희, 김구, 안중근, 윤봉길처럼 역사적 인물과 이름이 같아야 한다. 이런 가입조건을 갖춘 사람들이 모이는 곳, 그곳이 바로 <클럽 페르소나>이다.

 

가면혹은 가면을 쓴 인격이라는 의미의 페르소나는 이 클럽에 가입한 모든 이들을 가리키는 말이다(소설을 모두 읽은 후에는 여기에 또 다른 의미가 있음을 알게 된다). 평범한 이름의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는 아무런 존재감도 없던 이들이 클럽에만 오면 180도로 다른 이로 변한다. 클럽 회원들은 자신의 이름과 같은 역사적 인물을 연구하고 토론하여 그 인물로 온전히 변신한다.

 

이처럼 자신만의 색깔로 무장한 회원제 클럽 페르소나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클럽의 소유자이기도 한 허균이 살해된 것이다. 사건을 맡은 경찰은 욕조에 쓰러져 있는 변사체를 발견한 바텐더 정정화 진술을 토대로 단순한 사고가 아닐까 생각하지만 립스틱으로 욕실 벽에 남겨진 불수호난행이라는 글자, 왠지 의심스러운 바텐더의 행태, 턴테이블 옆의 붉은 천에 찍힌 물기 자국 등 단순한 사고가 아님을 암시하는 정황들이 적지 않다. 사건을 진행하기 위해 다른 관할서에서 차출되어온 서효자 형사는 클럽 회원들을 조사하면서 클럽 상속 문제, 사건이 일어난 시기, 허균과 안두희가 함께 근무했던 안국양행 등 이 사건에 의심스러운 부분들이 한둘이 아님을 알게 된다.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는 과정을 보면서 그저 겉만 보고 사람을 알 수 없음을, 즉 어떤 사람은 아무도 본 모습을 알 수 없도록 가면(페르소나)을 쓰고 있음을 알게 되어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아니, 다른 사람만 그런 것이 아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알게 모르게 모두 자신만의 가면을 쓴 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역사적 인물과 이름이 같은 사람들이 모인 클럽이라는 소재도 신선했고 사건 발생 후 628()부터 72()까지 길지 않은 시간 동안에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그려서 그런지 한 장면 한 장면이 굉장히 신속하게 전개되면서 다른 데 한 눈을 팔 수 없을 정도로 몰입도가 좋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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