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을해 지음 / 북인더갭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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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의 의미가 무엇일까? 고치다, 치료하다, 라는 의미일까? 김조을해의 <>은 제목부터 눈길을 끈 작품이다. 사실 저자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 단편 <야곱의 강>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후 <문예중앙>, <웹진> 문장 등에 작품을 발표했지만 이 작품이 작가의 첫 장편 소설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힐은 어떤 가상의 공간을 일컫는 말이다. 힐은 휴양지에 온 듯한 기분이 들게 하는 곳이다. 식사, 음식, 운동, 문화생활 등 모든 것을 즐기고 누릴 수 있는 힐은 언뜻 보면 누구나 가고 싶어할만한 장소이다. 하지만 힐은 우리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장소이다. 마기의 표현을 따르자면 힐은 호텔식 감옥이다.

 

힐은 말하자면 정신교육을 통해 제국에서 지시하는 대로 따르도록 사람을 길들이는 일종의 수용소로 물질적으로는 풍요하지만 정신적으로는 피폐해지게 되는 곳이다. 이런 힐의 모습은 낯설지 않은 이유는 어쩌면 오늘날의 사회가 바로 힐과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은 어느 순간 물살에 휩쓸리듯이 여론에 휘둘리고, 미디어에 휘둘리고, 광고에 휘둘리는 삶을 산다. 자신의 생각과 판단은 점차 사라지고 누군가의 결정에 따라, 누군가의 속삭임에 따라 움직이는 이들이 점점 많아진다. 물론 <>에서 얘기하듯이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를 조종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소수의 누군가에 의해 휘둘리는 모습은 여기저기에서 드러난다.

 

마기는 이런 제국에 맞선다. 어머니 리간의 글을 방언으로 옮기는 번역을 그만두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마기는 이렇게 외친다.

 

이렇듯 훌륭한 분들의 사고마저도 제국은 정형화시키지 않습니까. 여기에서는 그 누구도 자유롭지 못해요. (p.97)

 

그렇다. 누군가 혹은 무언가에 의해 정형화된 사고를 가진 인물은 자유로울 수 없다. 틀 안에, 우리 안에 갇혀있는 동물과 같을 뿐이다.

 

책을 읽는 내내 작가가 말하는 세계가 미래의 어느 순간이라기보다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래서 더욱 무겁고 힘들었는지 모른다.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중간 중간 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 내용이나 대화의 내용에 담긴 의미가 가볍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읽고 깊이 생각해야 한다. 어쩌면 <(개조)>하려는 누군가 혹은 무언가가 바로 우리 옆에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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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구마 2015-08-07 0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우연하게 표지와 소설가 최윤님의 추천사만 보고 읽었는데 남쪽에 있는 동생을 만나기 위해 어머니의 글을 번역하는 주인공 마기의 이야기인데 거기서 룸메이트를 만나고 약간은 정신이 없는 룸메이트(이름은 기억이 안나네요 특이한 성을 가진 대학교수)의 아내와 501호에 역시 갇혀있는 여인(이름이 생각나진 않으나 살구빛원피스를 입고 음악회장에 갔으며 주인공 마기와 인터폰으로 통화를 한 나중에 동생에 대한 단서를 가진 스파이라고 해야되나) 등 다소 낯선인물들을 만나고 특히 개인면담하는 부분이 기억이 나네요. 제가 쓰고 있는 순간에도 생각이 나지만 읽을땐 힘들진 않았지만 이걸 정리하기에는 조금 표현하기 어려운 소설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