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차일드 44 - 2 - 시크릿 스피치
톰 롭 스미스 지음, 박산호 옮김 / 노블마인 / 2015년 5월
평점 :
44명이 넘는 아이들의 살인 사건을 해결한 후 살인수사과에서 일하던 레오 데미도프는 평범한 인쇄공으로 지내던 수렌 모스크빈의 자살 사건을 조사하던 중 모스크빈 역시 자신과 마찬가지로 한 때 국가 보안요원(체키스트)으로 근무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의 죽음 이후 한 때 그와 같이 근무했던 니콜라이도 아내와 딸들을 죽인 후 자살한다. 이 둘의 죽음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두 사람 모두 자살하기 전에 의문의 소포를 받았다는 것이다.
한편 조야와 엘레나를 입양한 후 레오는 그들이 진정한 가족이 되기를 바랐지만 조야는 결코 그를 용서하지 않는다. 부모님을 죽게 만든 원흉이 바로 레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동생 엘레나 때문에 레오와 함께 살지만 조야는 레오를 증오하며 수없이 그를 죽이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 내려온 흐루쇼프의 연설문을 듣고 조야는 스탈린의 사진을 망가뜨리고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라이사는 조야와 함께 학교를 떠나겠다고 하는데..
아, 전작에 못지않은 작품을 읽기는 쉽지 않은데 이 작품도 전작 <차일드 44>에 조금도 뒤떨어지지 않는 작품이다. 흥미로운 소재, 매력적인 주인공 레오, 결코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강력한 플롯, 가슴 깊이 다가오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야기 등 좋은 소설이라면 갖춰야 할 모든 것들이 이 책에 담겨있다.
이 책에는 단순히 흥미로운 범죄 소설이라는 평가를 넘어서는 무언가가 있다. 바로 인간에 대한 성찰이다.
레오의 충동적이고 무의미한 폭력, 레오의 손가락 마다기 더 이상 쑤시지 않는 순간 잊어버렸던 그 범죄 행위가 라자르의 뼈에 영원히 새겨진 것이다. (p.220)
가해자와 피해자의 의식의 차이가 바로 이 한 문장에 담겨있다. 충동적인 행동이나 폭력이 상대방에게 얼마나 큰 아픔과 상처가 되는지 우리는 무심코 잊어버린 채 행동한다. 특히 그 일이 불의한 상황에서 벌어진다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레오와 라자르의 관계에서만 이런 모습이 보이는 것은 아니다. 조야와 레오의 관계에서도 그렇다.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조야와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용서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레오.
얼마 전 미국 흑인 교회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 피해자들의 가족들이 피의자를 용서한다는 동영상을 본 적이 있다. 피해 당사자인 조야와 라자르의 모습을 보며 피의자를 용서한다는 그들이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한 권을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흥분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만큼 재미있고 즐겁고 또한 깊이 생각해야 할 화두를 던지는 책이다. 놓치지 말고 꼭 읽어야 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