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정, 정명공주 - 빛나는 다스림으로 혼란의 시대를 밝혀라
신명호 지음 / 생각정거장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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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드라마 화정을 보면서 정명공주의 삶이 상당히 궁금했다. 선조부터 숙종에 이르기까지 6대에 걸 친 왕들과 함께 하며 83세까지 장수한 그녀의 삶은 그 기나긴 시간만큼 파란만장 삶이었음은 분명해 보인다. 과연 그녀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그리고 그녀가 썼다는 화정(華政)의 의미는 무엇일지 무척 궁금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전에 정명공주와 화정에 관한 책을 한 권 읽었다. 리베르에서 출판한 <화정, 정명공주와 광해군의 정치 기술>이라는 책이었다. 두 책에서 다루는 정명공주는 비슷한 부분도 있지만 저자 각자의 시각에서 바라본 역사이기에 서로 다른 관점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저자는 <계축일기>를 중심으로 <광해군일기><추안급국안>을 보조 자료로 하여 정명공주의 삶을 다루었기 때문에 이 책은 단순히 정명공주 개인에게 시선을 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보면 그녀와 함께 생사고락을 같이 한 상궁, 궁녀들의 삶도 함께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정명공주를 모시던 궁녀들 뿐 아니라 인목대비, 영창대군을 모시던 궁녀들까지 그녀의 삶 주변에 있는 모든 이들을 함께 다루고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정명공주보다는 광해군과 인목대비의 반목을 중심으로 역사를 서술하고 있어서 정명공주에 관한 이야기는 3부에 들어가서야 조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물론 영창대군의 탄생, 선조의 죽음과 그가 남긴 유서, 영창대군의 재물, 김제남의 역모, 유릉저주사건 등을 알아야 정명공주의 삶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기에 1-2부에 걸쳐 이들에 관한 이야기들을 들려줄 수밖에 없음은 이해한다. 그렇지만 말 그대로 정명공주에 관한 책에서 그녀에 관한 이야기를 너무 소홀히 취급한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다.

 

광해군, 정명공주, 영창대군. 비록 같은 어머니를 두지는 않았지만 한 형제·자매인 이들이 이렇게 서로를 멀리할 수밖에 없는 원수가 된 것은 결국 선조의 옹졸한 마음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아들인 광해군을 시기 질투한 선조, 그러다보니 영창대군을 향한 편파적인 사랑을 드러낸 선조. 선조는 알면 알수록 역대 조선의 왕 중 최악이 아닐까 싶은 마음이 든다.

 

여하튼, 정명공주의 삶은 이렇게 오빠인 광해군과 어머니 인목대비와 반목 속에서 안정적이지 못한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 이런 삶은 조선시대 왕가에만 있는 삶은 아닐 것이다. 오늘날에도 주변을 돌아보면 부모의 재산을 두고 다투는 수많은 가족들을 본다. 이들의 다툼도 광해군과 인목대비와의 다툼과 그리 달라 보이지 않는다.

 

정말 안타까웠던 것은 이복형 광해가 보고 싶어 했던, 친해지고 싶어 했던 어린 영창의 마음이다. 하지만 매몰차게 대하는 광해의 모습에는 그만.... 이런 모습을 보고 자란 정명공주이기에 화정이라는 글을 썼는지도 모른다.

 

정명공주의 삶은 조선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가족이지만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측근이라고 하면서도 너무나 쉽게 배신하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없는 죄도 만들어내는. 이는 조선의 모습만은 아니다. 지금 우리 주변에서도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이런 모습은 또 다른 영창대군을, 또 다른 정명공주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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