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속에 숨은 인문학 - 옛시의 상상력 코드를 풀다
이상국 지음 / 슬로래빗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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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항상 어려웠다. 단어 하나하나에 함축된 의미가 담겨있어서 과연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쉽게 다가오지 않는 경우도 많았고, 시어 자체가 은유나 비유, 환유 등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많아 그 숨겨진 뜻을 찾는 일도 쉽지 않았다. 그러던 시가 어느 날부터인가 점점 마음에 와 닿기 시작했다. 물론 시가 쉬워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지만 조금이나마 시인의 마음이 엿보이기 시작했고, 시의 의미가 조금씩 들리기 시작했다.

 

시에 조금씩 친밀감을 느끼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엄두도 못내는 시가 있다. 바로 옛 시이다. 옛 시가 더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한자로 되어 있어 원문으로 즐길 수 없는 경우가 많고, 정형화된 구성이라 그 속에 담은 의미가 너무 함축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옛 시에 시인의 생각과 관점과 반성이 들어 있다고 말한다. 옛 시에는 그 시가 쓰인 시대의 세상이 드러나 있다고 말한다. 옛 시에는 인문학적 사고가 담겨있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옛 시를 통해 삶의 미시적 역사를 만나고, 또 다른 세상을 향해 달려갈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영화를 보듯이 옛 시를 즐겨보라고 말한다. 놀라운 세상이 펼쳐질 것이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저자는 문학의 꽃, 역사의 현장, 철학의 향기, 감정의 터치라는 4부분으로 나누어 옛 시들을 들려준다. 저자는 옛 시에 담긴 의미를 하나하나 짚어주면서 독자가 쉽게 옛 시를 쉽게 감상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문득 학창시절 한문 시간이 떠올랐다. 옛 시가 실린 교과서를 펼쳐들고 한자를 음독한 후 그 시의 의미를 설명해주던 선생님의 모습이 그렇게 여유롭게 보였던 기억이 났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런 느낌이 들었다. 한자 밑에 달린 음을 읽으며 여유 자작하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마치 한적한 산속 계곡에서 친한 친구들과 풍류를 즐기는 그런 기분 말이다.

 

이 책에는 건빵에 든 별사탕 같은 보너스도 하나 있다. 바로 구전으로 전해지는 고려가요, 신라향가 등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4편의 보너스 또한 지극히 매력적이다. 구전으로 내려온 내용이라 한글로 적고 그 내용을 설명하는데 묘하게 가슴을 헤집는다. 이런 게 옛 시가 주는 매력일까?

 

이 책 한 권으로 옛 시의 풍미를 모두 맛보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옛 시가 담고 있는 역사, 철학, 감성 등을 살짝이나마 느낄 수 있음을 분명하다. 그리고 그 맛은 결코 쉽게 잊을 수 없는 맛이다. 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중독성 깊은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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