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에서 용 나면 안 된다 - 갑질 공화국의 비밀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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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땅콩이라고 검색하면 아마 2014125일 뉴욕 JFK 국제공항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일인 땅콩 회항 사건에 관한 수많은 문건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존엄성마저 무시한 사상 초유의 갑질 사건으로 기록될 이 사건을 보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분통을 터뜨렸다. 재력, 권력을 가진 자들의 행태가 이미 그 도를 넘어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이런 재력, 권력을 잡기 위해 오늘도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붓고 있다. 그들의 세상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말이다.

 

평범한 사람이 수없는 노력 끝에 재력이나 권력을 가진 인물이 되면 사람들은 그 사람을 보면서 개천에서 용 났다고 말한다. 이 속담의 의미가 한 때는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끌어간 원동력이었다는 점은 결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오늘날 개천을 떠나간 용은 결코 개천을 돌아보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이제는 갑이 되어 살아가고, 개천에 남겨진 수많은 미꾸라지들은 제대로 된 삶을 살아갈 수조차 없는 상황에 이르기도 한다. 그렇기에 저자는 대한민국이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스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먼저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스템은 무엇일까? 용이 개천을 벗어나는 대표적인 방법은 바로 학벌, 학력이다. 학벌이나 학력에 목매는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사람들은 가난한 가정의 아이가 자신이 속한 계층을 벗어나 소위 상류층으로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 오로지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가고, 사시를 패스하거나 의사 고시에 합격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 때문에 지금도 수많은 부모들이 좋은 대학을 보내기 위해 사생결단을 하고 아이를 다그치고, 사교육에 목을 매기도 한다. 어디 부모뿐이랴. 지방 자치단체들도 자기 지역의 학생들을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보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예산을 사용하고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들이 지역 학생들을 보내기 위해 사용하는 예산은 결코 지역의 이익이 되어 돌아오지 않는다. 서울을 떠난 이들은 용들이 사는 세상인 서울을 위해서만, 어느새 갑이 된 자신을 위해서만 산다. 결국 개천은 예전보다 더욱 상황이 나빠지기만 하고, 그 속에서 사는 수많은 미꾸라지들은 한 마리의 용을 위해 수많은 것을 희생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고 개천에서 사는 미꾸라지들이 모두 용이 될 수 있는가 하면 이는 현실적으로 도저히 실현될 수 없는 꿈일 뿐이다.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스템은 결국 극소수를 위한 시스템일 뿐이다. 그렇기에 이제는 그 시스템에서 벗어나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개천을 용들이 사는 천상만큼 모든 이들이 누리며 살 수 있는 곳으로 만들 수 있을까? 예전에 캐나다로 이민 간 친구에게서 들은 말이 생각난다. 캐나다에서는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이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보다 더 많은 돈을 번다고 한다. 그렇기에 이들은 굳이 대학교에 가야할 필요성도,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을 부러워하지도 않는다. 그저 자신이 잘 하는 일을 하면서 번 돈으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고 한다. 이는 결국 저자의 말처럼 우리도 서로 비교하지 않는 삶을 살아야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스템을 벗어날 수 있다. 물론 이런 삶의 태도가 우리에게 얼마나 있는지가 문제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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