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나가 있던 자리
오소희 지음 / 북하우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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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하루하루 힘든 일이 너무도 많아

가끔 어디 혼자서 훌쩍

떠났으면 좋겠네

 

- 권진원의 살다보면 중에서

 

 

살다보면 말 그대로 힘든 일이 너무나 많다. 사업을 하다 실패하여 먹고 사는 일이 막막해지기도 하고, 진심으로 믿고 의지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해 그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되기도 하고, 사랑하는 연인과 헤어져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고통을 맛보기도 한다. 그 누구도 수많은 삶의 고통들에 순위를 매길 수는 없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저 세상으로 보낸 아픔, 그 중에서도 사랑하는 자녀를 떠나보낸 아픔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고통이다. 그렇기에 이런 고통을 가리켜 참척(慘慽)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참척은 너무나 처절하고 참담해 가늠조차 안 되는 슬픔을 가리킨다.

 

아들 재인과 함께 살던 해나에게 바로 이런 일이 일어난다. 여섯 살 재인이에게 일어난 돌연사. 해인은 아들 재인이 죽은 후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매일 같이 재인의 목소리를 들으며 폐쇄된 자신만의 공간에서 살던 해인은 이렇게 사는 것이 결코 재인이 원하는 삶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어디인지도 모를 그곳으로 떠나기로, 아니 사라지기로 한다.

적도 근처의 어느 나라에 도착한 해인은 그곳에서 구두를 닦는 안젤로를 만나 아무런 정보나 단서도 없이 블루라군이라는 장소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시작한다. 해나는 여행을 시작한 후 마리, 레오, 이디와 라울, 마디 등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고통스러운 마음을 조금씩 치유해가기 시작한다.

 

나는 아이를 낳은 고통이 무엇인지 모른다. 아이를 떠나보낸 부모의 마음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저 지금은 아이가 주는 기쁨만 느끼며 살아간다. 그런 내게 이 책은 참 마음 아프게 다가왔다. 재인을 잃은 해나의 마음도, 작가가 말하듯이 2014년 수많은 해나가 된 사람들의 마음이.

 

하지만 이 책은 참 많은 위로와 치유가 되었다. 세상 곳곳에서 살을 살아가는 사람들, 또한 그들과 맺은 새로운 관계 속에서 삶은 아픔과 고통이 아니라 또 다른 축복으로 변한다. 이런 변화에는 바로 작가에게 쌓인 사람 여행의 내공이 담겨있다. 세상 곳곳을 누비며 순수하게 사람들을 만난 작가의 생각이 담겨있다.

 

집이란, 관계의 온기가 흐를 때에만 생명을 갖는 완벽하게 정서적인 공간이다.(p.291)

 

어디 집만 그럴까? 우리네 삶에 관계의 온기가 흐르는 그 순간, 그 공간, 그 속에서 만나는 모든 이들이,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일들이 축복이 될 것이다. 해나가 있던 그 자리에서 모두가 행복해지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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