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꿈결 클래식 5
프란츠 카프카 지음, 박민수 옮김, 남동훈 그림 / 꿈결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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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결 클래식의 5번째 작품,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꿈결 클래식을 상징하는 일러스트, 작품 해제로 구성된 이 작품도 역시나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번역, 일러스트, 작품 해제 등 모든 면에서 상당히 우수한 작품이기에 모든 사람들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먼저 번역부분. 다른 출판사의 작품들도 몇 종류 읽어보았지만 꿈결 클래식의 <변신>은 내가 읽어본 작품들 중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번역이 아닌가 싶다. 부업으로 번역 일을 하기에 책을 읽을 때 번역이 어색한 책을 보면 계속해서 읽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진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번역은 정말 자연스럽다. 작품을 읽는 내내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세심하게 고려한 옮긴이의 노력을 느낄 수 있었다.

 

두 번째 일러스트. 사람마다 성향에 따라 작품에 일러스트를 넣는 것을 선호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데, 나의 경우는 일러스트를 넣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물론 일러스트가 독자의 상상력을 방해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어려운 고전을 읽을 때 삽화의 역할은 상당히 크다. 어떤 경우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카프카의 <변신>에서도 일러스트가 그런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세 번째 작품 해제. 50페이지 정도의 해제는 작품의 이해를 돕는 또 다른 조력자이다. 카프카의 삶과 작품 세계, <변신>과 이 책에 실린 그 밖의 단편들에 대한 설명으로 수수께끼 같으면서 섬뜩하고 위협적인, 다시 말해 지극히 카프카스러운 작품들을 이해할 수 있는 바탕이 되어준다.

 

마지막으로 카프카의 <변신>에 대해 잠깐 언급해볼까 한다. 처음 이 작품을 읽었을 때에도, 이번에 다시 작품을 읽었을 때에도 책을 읽는 첫 느낌은 기묘함이다. 잠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흉측한 벌레로 변한 그레고르 잠자를 보며 기묘한 느낌을 받지 않는다면 그 또한 상당히 기묘한 일일 것이다. 이런 기묘함은 바로 궁금증으로 연결된다. 도대체 그레고르는 왜 벌레로 변할 것일까? 그레고르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다. 그렇기에 독자는 작품을 읽는 내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작품 해제에서도 설명하지만 <변신>은 신학적 시각, 정신 분석적 시각, 사회학적 시각, 작가 전기적 시각 등 독자마다 해석하는 방법이 다르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이번에 책을 읽을 때에는 예전에 읽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는 내내 과연 변신의 주체는 누구인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물론 소설 첫 문장에서 그레고르가 육체적으로 벌레로 변했다는 것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하지만 소설을 읽다보니 실제로 변신한 이들은 그레고르가 아니라 그레고르를 둘러싼 가족들, 즉 그의 부모님과 여동생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레고르는 육체적인 면에서, 또한 행동적인 면에서 점차 벌레로 사는 것에 익숙해지지만 그의 본질, 즉 자신이 인간이라는 본질적인 면에서는 변하지 않는다. 반면 벌레로 변한 그레고르를 여전히 아들이자 오빠로 대하던 그의 부모님과 여동생은 어느 순간 그를 벌레로, 저것으로, 결국 그가 죽었을 때 새로운 꿈과 멋진 계획들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레고르의 부모님과 여동생에게 일어난 이런 변화가 결국 카프카가 말하고 싶었던 변신은 아닐까?

 

다음번에 카프카의 <변신>은 또 어떻게 변신해서 나에게 다가올까? 끝없이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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