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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된 해산 의도된 오판 -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변론기
이재화 지음 / 글과생각 / 2015년 3월
평점 :
품절
‘헌법이 대한민국을 지켰다’(조선일보), ‘자유민주 헌법, 종북을 해산하다’(동아일보), ‘종북에 대한 헌법의 반격’(중앙일보), ‘사회적 다양성에 사형선고..한국 민주주의 위기’(경향신문). 지난 2014년 12월 20일자 대한민국 신문들의 1면 헤드라인이다. 헌법재판소는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정당 해산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반응은 극과 극이다. 누군가는 민주주의 승리라 하고, 누군가는 민주주의 위기라고 한다. 아니, 어떻게 동일한 결정에 정반대되는 의견이 대두될 수 있는 것일까?
개인적으로 통합진보당을 지지하지 않는다. 한때 통합진보당을 지지했던 적도 있지만 심상정, 유시민, 노회찬 등이 당을 탈당하는 그 시기에 나도 역시 통합진보당에 보내던 지지를 거두어들였다. 이는 개인적인 정치적 소신에 따른 결정이다. 하지만 2014년 12월 국가에 의해 정당이 해산되는 일에 대해서는 또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이는 내 정치적 견해와는 완전히 다른 일이기 때문이다.
일반 국민이 정당 해산에 따른 내막을 알기는 쉽지 않다. 여러 사건들에서 보았듯이 우리나라 언론이 전하는 이야기들이 모든 진실을 말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과연 어떤 과정을 거쳐 정당 해산이라는 초유의 결정이 내려졌는지 상당히 궁금했다. 이런 궁금증을 어느 정도 풀어준 책이 바로 <기획된 해산 의도된 오판>이다.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사건을 변론한 저자 이재화 변호사는 해산심판 과정과 해산심판의 부당성을 고발한다. 책의 1부에서는 형사소송 절차가 아닌 민사소송 절차로 진행하기로 결정한 이유에서부터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재판 진행과정들을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으며, 2부에서는 헌법재판소에서 내린 해산결정의 문제점을 분석, 비판하고 있다.
먼 훗날 우리의 후손들은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어떤 평가를 내릴까? 저자의 이야기에 담긴 과정과 판결의 오류, 즉 통합진보당 해산을 기획하고 의도적으로 오판을 내렸다고 판단할까? 아니면 또 다른 평가를 내릴까? 분명한 것은 절차와 근거가 불분명하고 잘못된 것이라면 그 결과는 두말할 필요 없이 잘못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역사는 승자의 것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에는 승자에 의해 진실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다양한 방법을 통해 개인적인 기록들을 남길 수 있는 오늘날의 시대에는 이런 논리가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진실을 남기기 위한 모든 이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도 바로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