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서서 길게 통곡하니 - 소리 없는 통곡, 선비들의 눈물
신정일 엮음 / 루이앤휴잇 / 201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선비라고 하면 대쪽 같은 성품에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뿐 아니라 감정의 기복도 결코 드러내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렇지만 이들도 죽음, 특히나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사람이었다. 슬픔을 감출 수 없는, 어쩌면 다른 누구도 더 깊이 슬퍼하는 사람일 뿐이다.

 

다만 이들이 슬픔을 표하는 방법이 일반 사람들과는 조금 달랐을지 모른다. 남들 앞에서 슬픔을 토로하고 눈물을 흘리지 않을 뿐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느끼는 슬픔을 한 편의 글로 드러낸다. 사랑하는 자녀가 죽었을 때, 평생을 같이 한 아내가 죽었을 때, 자신을 알아주는 친구나 스승이 죽었을 때, 한 배에서 나온 형제, 자매가 죽었을 때, 이들은 자신들의 슬픔을 글로 표현하였다.

 

아직까지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의 죽음을 경험하지 않았기에 그 슬픔이 어느 정도일지 짐작조차 할 수 없지만 <홀로 서서 길게 통곡하니>에 수록된 선비들의 애제문에는 가늠할 수 없는 슬픔이 묻어난다. 이들의 글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끝없는 애정을 엿볼 수 있다. 남은 자의 아픔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이들이 남긴 글에는 떠난 자의 죽음에 대한 원통함을 담은 글도 적지 않다. 이들은 그런 원통함을 주저하지 않고 드러낸다. 속으로 자신의 감정을 삭일 것 같은 그들이 오히려 더 깊이 원통해 하고, 슬퍼하고, 서러워한다.

 

어떤 죽음이 슬프지 않을 수 있겠느냐마는 자식의 죽음이 부모에게 남긴 슬픔은 세월이 흘러가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 아픔인 것 같다. 양자인 신재준의 죽음을 슬퍼한 임윤지당의 애도가는 보는 이의 마음도 너무나 아프게 한다.

 

사람들은 약이라 하더라만 지금 나의 뼈아픈 슬픔은 갈수록 더욱 심하여 이생에서 이런 슬픔은 다시 또 없을 것이다.”(p.27)

 

이생에서 이보다 더 큰 슬픔이 없다는 그 한 마디에 어미가 느끼는 고통과 슬픔이 가슴 깊이 전해져온다.

 

44편의 문장을 통해 선비들이 보인 소리 없는 통곡을 들었다. 그들의 통곡이 더 아프게 느껴졌던 것은 말 그대로 소리 내어 통곡하지 못하고 글로만 표출하였던 그들의 상황이 너무나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선비라는 그 말 한 마디가 얼마나 큰 슬픔을 가슴에 품게 하였는지. 그래서 글자 한 자 한 자에 얼마나 큰 아픔을 실어야 했는지. 그들의 아픔이 지금도 가슴 저리게 느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