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링 : 이미테이션 게임
앤드루 호지스 지음, 박정일 옮김 / 해나무 / 2015년 2월
평점 :
품절


와우, 어렵다. 옮긴이의 말을 모두 합쳐도 채 200 페이지가 되지 않는 책이다. 게다가 이미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도 보았기에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만만하게 보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영화와는 달리 이 책은 쉽지 않다. 아니 전공자가 아니라면 책 내용의 대부분을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쉽게 읽을 수 없었던 이유는 앨런 튜링의 논문들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전공도 아닐뿐더러 이과생도 아닌 문과생인 나로서는 도대체가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책에 앨런 튜링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서 그가 살아온 삶의 모습이나 생각이 형성된 과정, 혹은 누구나 궁금할 만한 이야기로, 그가 역사 속에서 이룬 업적이나 사랑 이야기들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놓지도 않는다. 그러다보니 한 페이지를 넘기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책을 덮고 나서도 멍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 내용인 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정리가 되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책에서 말하는 이론적인 내용보다 그가 처음 생각했던 내용에 관심이 쏠렸다. 그가 컴퓨터, 인공 지능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로 볼 수 있는 것은 아마 그가 짝사랑하던 크리스토퍼 모컴의 죽음이었을 것이다.

 

튜링은 모컴의 죽음으로 신체와 영혼의 관계를 생각하게 된다. 그러면서 그는 죽음으로 신체가 사라진 후에도 그 영혼은 새로운 신체를 찾아들어간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결국 인간이 하는 모든 정신 활동을 기계가 모방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발전한다. 이런 그의 생각이 컴퓨터, 인공지능이라는 현실로 이어진다.

 

그런데 영혼이 다른 신체로 들어간다는 그의 생각은 컴퓨터를 활용해 인간의 뇌를 저장한 이를 추후에 다른 신체(?)로 옮긴다는 생각으로 이어지고 있다. 만약 이 과정이 성공한다면, 이를 반겨야 할까, 아니면 반대해야 할까? 그렇게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존재는 인간인 걸까? 아니면 기계인 걸까?

 

개인적으로 그런 현실은 상상하기도 싫다. 지금 내 모습이 아닌 기계를 거쳐 다른 모습으로 이루어진 존재는 결코 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생각하는 기계를 생각해 낸 그의 천재적인 상상력에는 감탄을 금할 길이 없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는지. 그런 천재가 독을 든 사과를 먹고 자살할 수밖에 없었다니, 너무나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가 그렇게 세상을 떠나지 않았다면 어떤 변화가 있었을지, 문득 그것이 너무 궁금해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