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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 - 바로 지금 여기에서, 고유명사로 산다는 것
최진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3월
평점 :
연상 퀴즈를 푸는 중이라고 상상해보자. 사회자가 노자, 도교, 무위자연이라는 단어를 말했을 때 머릿속에 무엇이 떠오르는가? 아마 적지 않은 사람들이 신선이나 도인을 떠올릴 것이다(나 같은 경우는 그보다 한걸음 더 나아가서 한량이 떠올랐지만).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자연을 거니는 모습. 그것이 내가 갖고 있는 노자 혹은 도교에 대한 이미지이다.
이런 이미지를 가지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자연이라는 말과 무위라는 말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신선, 도인 혹은 한량이 아니라면 하는 일 없이 자연을 즐기며 살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렇다면 나의 생각처럼 노자는 정말 그저 도인이나 한량처럼 살라고 말한 것일까?
이 책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노자의 무위 사상을 무불위 사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무위이무불위(無爲而無不爲)
무위를 실천해봐라, 그러면 안 되는 일이 없을 것이다. (p.254)
노자는 아무 일도 하지 말라고 한 것이 아니다. 노자가 말하는 무위는 기존의 견고한 틀이나 사고방식에 갇히지 말고 자신이 주체적으로 문제의식을 가지고 생각하면서 세계와 직접 관계하는 단계를 의미한다. 노자는 무위의 단계에 이르렀을 때 모든 일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어떤가? 당신이 알고 있던 노자의 사상과 일치하는가? 아니면 여태 노자를 오해하고 있었는가?
이 책은 저자 최진석 교수가 EBS <인문학 특강> 프로그램과 매일경제신문에 연재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저자는 노자의 사상을 설명하기 위해 먼저 고대 중국에서 이루어진 사상의 흐름을 보여준 후 공자의 실체론과 노자의 관계론을 비교하며 노자의 생각을 설명해 나간다.
노자의 사상은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다. 유무상생의 원칙, 즉 대립면의 꼬임이라는 원칙을 주장한다. 또한 기존의 생각, 개념, 사상에 영향을 받지 말라고 한다. 그렇기에 노자는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 바라는 일이 하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노자는 진정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자에게는 오히려 실재가 존재하는 일상을 벗어나 이념에 빠져들고, 결국 이념이 실재를 넘어서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한 권의 책으로 노자의 모든 생각을 알 수는 없지만, 이 책은 지금까지 오해하고 있던 노자의 생각을 올바로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다고 노자의 사상에 모두 동의한다는 말은 아니다. 어쩌면 노자의 생각에 반대하는 부분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지도자나 사람들에게 따끔하게 일침을 가하는 노자의 외침은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에게 결코 가볍게 넘겨버릴 수 없는 메아리가 되어 여전히 우리의 마음속에서 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