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작가의 옮김 1
에두아르 르베 지음, 정영문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나를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이 말은 살면서 언제가 한 번쯤은 들어본 질문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진짜로 자기 자신을 단 한 마디로 정의내릴 수 있을까? 나는 외향적인 사람입니다. 이 말 한 마디가 나의 모든 것을 대변할 수 있을까? 아니, 나는 정말로 항상 외향적이기만 한 사람일까? 때로는 내성적인 성향이 드러나는 경우가 단 한 번도 없었던 것일까?

 

자기 자신을 평가하는 일은 그렇게 간단한 일은 아니다. 내가 가진 모습이 한 가지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상냥한 사람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무심하기도 하고, 유머가 넘치고 유쾌한 사람이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과묵함이 지나쳐 단 한 마디도 나누지 않기도 하는 것처럼, 어떨 때는 정반대의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렇다면 자신의 모습을 어떻게 표현해야 제대로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에두아르 르베의 <자화상>을 보면 그 답이 보인다. 자화상은 작가 자신의 이야기이면서 또 한 편으로는 소설이라고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그런데 이 작품이 그려진 모습이 참 묘하다.

 

소설은 140페이지의 많지 않은 분량으로 단편적인 말들이 문장들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나는 ~~ 한다.’ 라는 메마른 문장들이 끝없이 이어진다. 문단의 구분이 없기에 시작도 끝도 없다. 끝없이 이어지는 이런 문장들은 별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지는 않는다. 그저 일상에서 살아가는 누군가의 모습, 누구나 한 번쯤 생각했을 이야기들을 보여줄 뿐이다.

 

나는 나를 지루하게 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을 제대로 듣지 않는다.

 

나는 항구도시에 살고 싶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나는 서른아홉 살이다.

 

나는 침대에 들기 전에 가끔 그 밑을 본다.

 

수많은 조각들을 맞춰 하나의 온전한 그림을 만들어 내는 직소퍼즐처럼 평범한 한 문장, 한 문장이 나의 존재를 완벽하게 그려나가게 한다. 일상에서 보이는 하나의 모습이 바로 나의 모습이다. 특별한 것은 없지만 이런 일상의 평범함이 모이지 않는다면 결코 지금의 내 모습이 그려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에두아르 르베의 <자화상>은 일견 지루해 보이지만 완벽한 자서전이다. 완벽한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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