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모른다
카린 지에벨 지음, 이승재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쇠창살 그림자처럼 보이는 벽 뒤에서 무언가를 노려보는 여자의 모습과 뒤집어진 채 이쪽을 쳐다보는 남자의 모습. 책 표지의 디자인을 보고 사실 세련되었다는 느낌보다는 B급 영화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였을까? 그렇게 큰 기대를 갖고 책을 읽지는 않았다.

 

그런데, 사막에서 다이아몬드를 발견한 기분이랄까,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책을 덮었을 때 너무나 흥분되어 누구에게라도 이 책을 주며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너는 모른다, 이 책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얼마나 소름끼치는지. 그리고 너는 모른다. 이 책의 제목이 <너는 모른다>인 이유를.

 

이 책이 재미있는 이유는 단순히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반전이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지하실 철창 안에 갇힌 브누아 경감의 심정이 변해가는 모습. 그를 감금한 리디아의 내면을 보여주는 심리묘사.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탄탄하게 이어지는 스토리 라인.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독자의 눈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또한 브누아 경감이 살아가는 방식, 리디아의 복수를 향한 일념, 브누아 경감의 아내 가엘의 남편을 향한 이중적 태도, 가엘을 이용하는 모레티 서장의 모습. 어쩌면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잊어버린 채 아무렇지 않게 일상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 중에 나의 모습이 담겨있을지도 모르기에 소설 속으로 더 깊이 빠져들 수밖에 없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게는 익숙하지 않은 작가, 카린 지에벨은 이 작품으로 코냑추리소설 대상과 SNCF 독자 대상을 받았다고 한다. 그녀가 쓴 무결점의 소설 <그림자>는 또 어떤 작품일지 바로 찾아서 읽어보아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