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요할 땐 다급하게, 쓸모없어지면 가차 없이
백시종 지음 / 새움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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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수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킨 책이 있다면 아마도 전직 대통령의 회고록이 아닐까 싶다. 전직 대통령의 회고록이 화제가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 글의 주제는 아니므로 그냥 덮어두기로 하겠다(개인적으로 그 전직 대통령에 관심도 없고, 관심을 받을만한 인물도 아니지 않나 싶다). 그런데 그 전직 대통령이 이야기가 묻어나오는 또 다른 책이 있으니, 그 책이 바로 백시종의 <>이다.

 

책을 소개하는 카피 ‘<이명박 회고록>을 검증한다라는 문구 때문에 전직 대통령의 이야기가 주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책의 주 내용은 엠비유가 아니라 왕 회장에 대한 이야기이다(아마 왕 회장 하면 떠오르는 대한민국 대표 재벌이 있을 것이다. 바로 그 사람이다). 소설에서는 그의 측근 혹은 가신(정말 솔직히 말하자면 왕 회장의 그저 그런 똘마니가 아닐까 싶은데)이라고 불러야 하나, 여하튼 왕 회장의 관심을 받는 것처럼 보이던 박종산이 회사를 떠난 후 돌아본 왕 회장의 이야기와 왕 회장의 총애를 받으며 자신의 정적들을 제거하며 2인자의 자리에 오른 뒤 결국은 배신의 화살을 날린 엠비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소설에는 박부장이 홍보부장으로 발령을 받은 바로 그 다음날 왕 회장의 명으로 회사에서 쫓겨난 후 그가 받은 불합리한 대접들, 왕 회장과 엠비유 라인에 의해 회사에서 쫓겨난 인물들을 만나 왕 회장을 빗댄 <돈황제>라는 소설을 쓰게 된 과정, <돈황제>의 사람들의 관심을 받자 언론, 서점 등을 뒤흔들며 물불 안 가리고 책의 판매를 저지하는 모습 등이 그려지며 독자의 눈길을 깊이 끌어당긴다.

 

소설의 형식을 취했기는 했지만 그 속에 담긴 이야기들은 결코 허구의 이야기로 치부하기 어려운 장면들도 많이 있다. 사실 여부야 책 읽는 사람 각자가 판단해야 할 사항이지만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으로 재벌 총수에 의해 혹은 누군가의 야망의 희생물로 그저 하나의 소모품으로 소비되는 듯한 사람들의 모습이 참으로 서글프게 다가온다. 이런 삶이 어찌 책 속에만 머물러 있는 삶일까? 우리네 현실에서도 적지 않게 보는 일들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팽 시키고 있는 것 아니냐는 작가의 질문이 두렵기만 하다. 나도 어쩌면 그와 똑같은 운명에 처할지도 모르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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