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라디오
이토 세이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영림카디널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놀랍다. 책 제목이 <상상 라디오>이기는 하지만 이런 상황을 그려낼 수 있는 작가라니 대단히 놀랍다. 평범한 나로서는 감히 상상도 해보지 못한 내용이다.

 

<상상 라디오>는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동일본 대지진으로 세상을 떠난 DJ 아크가 영문도 모른 채 삼나무 꼭대기에 걸쳐져 하늘을 보는 자세로 상상으로 라디오 방송을 시작하여 청취자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2부에서는 자원봉사를 하고 돌아오는 작가 S 5명이 나무 위 남자의 상상 라디오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들려주고, 3부에서는 청취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게 된 DJ 아크의 이야기가, 4부에서는 작가 S와 세상을 떠난 S의 연인과의 대화, 5부에서는 모든 상황을 정리하는 DJ 아크의 마지막 방송이야기가 그려진다.

 

작가는 소설을 통해 죽은 자와 산 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특히 우리로서는 결코 알 수 없는 죽은 자의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다.

 

아무리 귀를 기울인다 해도 물에 빠져서 가슴을 쥐어뜯다 바닷물을 마시고 세상을 떠난 사람의 괴로움은 절대로, 절대로 살아 있는 우리가 헤아릴 수 없습니다.”(p.83)

 

나오의 이야기처럼 우리는 죽은 자의 이야기를, 그들의 마음을, 그들의 생각을, 그들의 괴로움과 분노와 아픔을 결코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들의 슬픔과 괴로움을 그들의 몫으로 남겨두어야 하는 걸까? 또한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보낸 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은 또 어떻게 대해야 하는 걸까?

 

힘내, 힘내자, 라고 할 때마다 현 상황과의 차이에 절망한대. 그래서 현실을 꾹 참고 있는 시아버지를 말없이 존경해주라고. 젊은 의사는 그렇게 말했나봐.”(p.135)

 

가까운 이를 떠난 보낸 이들은 말없이 보듬어주고, 기다려주어야 한다.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지 묵묵히 그들 옆에서 기다려주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죽은 이들에 대한 작가의 생각은 무엇일까?

 

죽은 사람은 이 세상에 없어. 바로 잊고 자기 인생을 살아야 해. 정말 그래. 언제까지고 연연하고 있으면 살아남은 사람의 시간도 빼앗겨 버려. 그런데 정말로 그것만이 옳은 길일까. 시간을 들여 죽은 사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슬퍼하고 애도하고, 동시에 조금씩 앞으로 걸어가야 하지 않을까. 죽은 사람과 함께.”(p.146)

 

산 사람이라도 살아야지 라고 말하며 우리는 은연중에 죽은 이들에 대한 생각을 빨리 떨치고 일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작가는 이와는 다른 의견을 말한다. 그들을 오랫동안 기억하는 것. 그것이 죽은 자에 대한 산 자의 예의라고 말한다.

 

살아 있는 자와 죽은 자는 서로 떨어진 관계가 아니다. 죽은 자는 살아남은 자의 기억 속에서 그와 함께 영원히 존재한다. 이를 통해 산 자도 죽은 자도 고통과 아픔에서 벗어나 미래를 향해 걸어 나갈 수 있다.

 

책을 읽는 동안 자연스럽게 세월호 사건이 떠올랐다. 어느덧 1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러간 지금 얼마나 많은 이들이 그 차가운 바다 속에서 고통과 아픔을 남긴 그들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을까? 어느덧 우리들 마음에서 떠나버린 듯한 그들의 이야기가 너무나 가슴 시리게 다가온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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